"조금만 도와주면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될 기업들이 많습니다. 금융권이나 정책 자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창업 3~7년 차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유니콘의 씨를 뿌리겠습니다."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목동 중소기업유통센터 접견실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자금난을 겪는 스타트업 가운데 글로벌 시장 잠재력이 있는 혁신성장 기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 이사장은 올 3월 제17대 중진공 이사장에 취임했다. 현대증권 펀드매니저를 시작으로 플랜트 제조업체 케이아이씨를 경영하고, 저비용 항공사 이스타항공을 창업하며 금융권과 산업계, 정계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정책 사각지대 기업에 적극 지원
이 이사장이 언급한 역점 사업은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를 지나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다. 데스밸리란 기업이 제품·서비스 연구개발(R&D)에는 성공했지만 사업화, 생산 능력 확충 등에 어려움을 겪는 창업 3~7년 차 시기를 말한다. 기술개발로 성공이 눈앞에 왔지만 자산은 대부분 담보로 잡혀 있어 금융권 대출은 더 안 되고, 신용도가 낮은 탓에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없어 보릿고개형 자금난을 겪는다.
이 이사장은 "자율주행차, 핀테크(금융+기술), 스마트 공장 등 혁신성장 기업을 중심으로 연 3~4%대의 저리(低利)로 자금을 지원하면 죽음의 계곡을 벗어나 크게 성장할 기업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진공은 내년부터 이들 중소기업에 연간 5000억원 규모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최근 스타트업 위주로 투자하는 모태펀드에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있지만 단계가 복잡해 집행된 예산을 기업이 받을 때까지 2~3년이 걸린다"면서 "중진공을 통해 이들 기업에 지원하면 반년이면 매출 증가,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이사장은 국내 대표 부동산 스타트업 직방,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 등을 배출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올해 추경 예산에 500억원을 반영해 안산, 경산 등 5개 지역에 있는 창업사관학교를 서울, 세종, 부산 등 전국 17개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목동에 추진하는 아마존캠퍼스 형태의 혁신성장밸리도 8월쯤이면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인 출신 첫 중진공 이사장
이 이사장은 1979년 초 중진공 출범 후 40년 역사상 첫 중기인 출신 이사장이다. 중진공은 정책 자금 집행, 창업 프로그램 운용 등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공공기관이지만 이사장은 대부분 관료나 학자 출신이었다.
이 이사장은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납품 단가 인하 같은 대기업 갑질도 겪어봤고, 정책 자금을 받아 매출 300억원대 회사를 5년 만에 2000억원으로 키우기도 했다"며 "직접 병을 앓아본 의사가 처방하는 것처럼 중소기업에 꼭 필요한 지원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증권사에 다니던 1998년 당시 전자상거래 업체 인터파크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해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며 "인터파크처럼 싹수가 있는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발굴·지원해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