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8일(현지 시각) 이란 핵협정(JCPOA)을 탈퇴해 대(對)이란 제재 부활을 예고하고, 주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까지 겹치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다. 내년엔 배럴당 100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한국 경제에 고(高)유가 리스크가 우려된다.

11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7월물) 가격은 배럴당 78달러까지 치솟았다가 77.4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브렌트유가 78달러까지 오른 건 지난 2014년 11월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4월 평균(71.76달러)보다 8%, 연초보다 15% 오른 가격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전날보다 0.22달러 오른 71.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도 전날보다 배럴당 0.8달러 오른 74.73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 감소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이란의 원유 수출이 막히면서 내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BoA는 "브렌트유 내년 2분기 전망은 90달러였지만 '이란 리스크'가 브렌트유 가격을 2014년 이후 최고인 100달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은 하루 380만배럴을 생산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가운데 3위 원유 생산국이다. 브렌트유 가격은 2014년 8월 100달러 아래로 떨어진 이후 2016년 초 20달러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상승했지만 80달러를 넘지 않았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제재와 물가 급등 등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 불안에 따른 원유 생산량 감소가 미국의 이란 제재 영향보다 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3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다른 주요 산유국의 감산(減産) 합의도 원유 공급을 줄여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OPEC과 러시아 등 산유국들은 과잉 생산에 따른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올해 3월까지 하루 18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고, 감산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한 상태다. 여기에 국제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며 원유 수요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국제 유가 상승폭이 배럴당 5~10달러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경제 매체인 CNBC는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인한 원유 수출 감소 폭은 하루 평균 30만~50만배럴 수준에 그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며 "중국이나 인도 등 이란 원유 수입국들이 수입량 감축을 거부하면 이란 제재가 오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OPEC 가운데 가장 많은 예비 생산 능력을 갖춘 사우디아라비아는 새로운 대 이란 제재에 따른 원유 공급 부족을 완화시켜 국제 원유 시장 안정화를 돕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