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테크 산업을 주도하는 실리콘밸리에서 5월은 특별한 달이다. 구글·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연례 개발자대회를 잇따라 열고 한 해 사업 전략과 미래 기술을 공개하기 때문이다. 공개 석상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창업자와 최고경영자(CEO)들도 연단에 서고, 이들이 던지는 화두는 세계 각지로 생중계된다.

◇사용자 마음 들여다보는 AI 만든 구글

구글은 8일(현지 시각) 본사가 있는 미국 마운틴뷰에서 연 개발자대회 '구글 I/O'에서 '듀플렉스'라는 차세대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 서비스는 "미용실 예약해줘" 하면 알아서 점원과 통화하고 이용자의 일정과 행동 양식을 분석해 가장 적절한 시간에 예약을 잡아준다. 식당에서는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했다가 추천도 해준다. 2∼3가지 이상의 지시를 한꺼번에 해도 알아듣는다.사용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AI를 만드는 것이다.

구글은 스마트폰용 운영체제(OS) 최신 버전인 '안드로이드P'도 공개했다. 안드로이드P는 스마트폰 과몰입 현상을 막기 위한 기능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특정 앱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쓸 경우 이를 제한하고, 얼마나 썼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자회사인 딥마인드의 AI 기술을 적용해 배터리 성능을 최적화하는 기술도 곧 공개한다. 구글의 사미르 사마트 안드로이드 담당 부사장은 "안드로이드P는 가장 큰 규모의 업데이트"라며 "그만큼 사용자의 모바일 환경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VR 등 사업 다각화하는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지난 1일 미국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 연 개발자대회 'F8'에서 깜짝 신규 서비스를 발표했다. 페이스북이 이성 간 만남을 주선하는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매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보고 느낀 글과 찍은 사진을 올리거나, 다른 사람의 계정도 방문한다. 페이스북은 이런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와 가장 잘 맞는 상대를 찾아줄 계획이다. 구체적인 출시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다. 페이스북 측은 "20억명이 넘는 페이스북 사용자 중 2억명이 스스로를 '솔로'라고 표시해 놨다"고 밝혔다.

사진 공유 소설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는 증강현실(AR) 카메라 기능을 추가했다. 사용자가 사진을 찍고 그 위에 다양한 가상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게 한 것이다. 페이스북 메신저에는 AI를 활용한 자동 번역 서비스를 대폭 확대한다. 199달러짜리 가상현실(VR) 기기인 '오큘러스 고'도 선보였다. 이 기기는 스마트폰이나 PC 없이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기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우리가 가야 할 길에는 장벽도 있지만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윈도 독자 노선에서 개방 선택한 MS

MS는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시애틀에서 연 개발자대회 '빌드'에서 PC 운영체제인 윈도 중심의 독자 노선 대신에 타사와의 개방·협력을 통한 사업 확장을 선택했다. 각 분야별 최강자인 구글·애플·DJI·퀄컴·아마존 등과 손을 잡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빌드에서 선보인 신규 서비스인 '당신의 전화'(Your Phone)다. 이 앱을 PC와 스마트폰에 각각 설치하면 두 기기가 하나처럼 연동돼 스마트폰으로 온 문자메시지를 PC에서 읽을 수 있고, PC 사진을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다.

드론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드론 제조사인 중국의 DJI와 협력해 드론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선다. MS의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AI 기술을 드론에 적용해 건축, 농업, 보안 등 다양한 영역의 맞춤형 드론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AI 비서 분야에서는 아마존과 협력한다. 윈도 PC에서 음성으로 아마존의 AI 소프트웨어 알렉사를 호출하고, 아마존 AI 스피커인 에코에서 MS 음성 비서인 코타나를 부른다. MS 사티아 나델라 CEO는 "기술은 어려움을 겪는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