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부진한 수익률을 보였던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 주식형 펀드가 지난달을 기점으로 반등하는 모습이다. 선진국 증시가 3월 하순에 저점을 찍은 뒤 상승세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화가 오르고 엔화·유로화 강세가 꺾인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트남,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시장이 주춤한 틈이라 투자자들도 선진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파기, 미·중 간 무역 갈등 등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미칠 불확실한 요소가 많아 투자를 결정할 때엔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 중 유럽·일본만 플러스 수익률
9일 금융 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유럽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뮤추얼 펀드는 평균 3.06%,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는 1.48% 수익률을 각각 내고 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전체의 평균 수익률이 -1.86 %로 부진한 것과 대조된다. 유럽과 일본을 제외한 신흥 아시아 -3.20%, 중남미 -5.99%, 북미 -0.65% 등 나머지 지역 펀드는 모두 마이너스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부터 일본과 유럽 증시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들 국가의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도 개선된 것이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국 증시는 최근 1개월 사이 8% 가까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현지 시각)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50은 전 저점(3월 26일) 대비 8.7% 오른 3557.88을 기록했다. 영국,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ABL알리안츠유럽배당' 펀드는 최근 1개월 동안 5.57% 수익률을 냈다. '피델리티유럽' 펀드 4.6%, 'KB스타유로인덱스' 펀드 3.77% 등도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도 지난 3월 23일 2만617.86까지 떨어졌지만, 4월 이후 회복세를 보여 최근 2만2500선을 회복했다. 국내에 상장된 39개 일본 펀드 가운데 '한국투자KINDEX일본레버리지' 펀드(5.55%)를 비롯한 22개 펀드가 최근 1개월 동안 3% 넘는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엔화·유로화 약세에 일본·유럽 증시 기지개…불확실성도 남아있어
이는 한동안 지속됐던 엔화·유로화 강세가 한풀 꺾이자 수출 중심의 일본·유럽 기업들이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둔 덕분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기로 하는 등 통화 긴축에 접어든 반면, 일본과 유럽은 최근 완화적 통화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26일 "오는 9월까지 매달 300억유로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고, 필요한 경우 채권 매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채권을 사들이면 유로 등의 돈이 풀리니, 달러가 오르고 엔화와 유로화는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3.27(8일 기준)로 연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유럽과 일본의 통화 당국은 당분간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유로화·엔화 약세가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증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유럽과 일본의 증시 상승세가 오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럽은 최근 들어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소비자 물가가 시장 예상을 밑돌고 제조업 지표도 반등에 실패하는 등 유럽 각국의 성장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경제 지표가 견고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베 정부의 사학 스캔들 여파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파기, G2(미·중) 무역 분쟁 등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글로벌 이슈도 남아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가 70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지난 7일 미·중 간 무역 협상도 별 성과 없이 끝나면서 향후 무역 분쟁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