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스와프 계약은 위기 시 실질적 도움 되는 수단으로 '다다익선'

미국이 올해 2~3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통화 긴축 전망이 부각되자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경제가 휘청거렸다. 이들 신흥국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한국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고 이번 신흥국 시장 불안이 한국으로 전염될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은행 등 거시경제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응해 방어막을 구축하는 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한은은 '외환 마이너스 통장'이라고 불리는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확대에 가장 먼저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3년 전 정치적 갈등으로 중단된 한·일 통화스와프에 대해 "앞으로 재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센카쿠열도 분쟁으로 통화스와프를 중단했던 중국과 일본이 다시 통화스와프 체결을 추진하고 있어 한·일 통화 스와프도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 통화 스와프는 최고 방어막…한·일 통화 스와프 재개 가능성

한국은 현재 중국(560억달러), 말레이시아(47억 달러), 호주(77억 달러), 인도네시아(100억 달러), 캐나다(무제한), 스위스(100억달러) 등 6개국과 통화 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한·중·일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공동으로 만든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에서도 약 400억달러를 인출할 수 있다.

지난 2월 통화 스와프 계약 서명식을 갖고 있는 이주열(오른쪽) 한은 총재와 토머스 조던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

이미 여러 국가와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한은이 일본과 통화 스와프 논의를 재개하려는 것은 통화 스와프 계약이 위기 시 다른 수단보다 유용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 스와프 계약은 다다익선"이라며 "특히 기축통화국과 통화 스와프 계약은 금융위기 시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 유용한 방어막"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을 '제2의 환란 위기'에서 구한 것은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 스와프였다. 당시에도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된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자금 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한국 금융시장이 붕괴 직전에 몰렸지만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 직후 주가는 사상 최대폭(12%)으로 상승했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1년 만에 최대폭(177원)으로 폭락(원화 가치 폭등)했다. 한은이 2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국이 제공하는 300억달러가 금융시장 안정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 73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외환보유액 4000억달러 육박

그러나 통화 스와프 계약은 국가 간 협의를 통해 맺어야 하는 국제 협약이기 때문에 정치·외교적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통화 스와프만으로 외부 충격에 대응해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의 경상수지가 지속적인 흑자를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액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한국 금융시장이 외부 충격에 대응할 능력을 확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73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국내에는 상당한 규모의 달러가 유입됐다. 한은은 4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액을 쌓았다. 외환보유액은 한 국가의 대외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앞서 이주열 총재도 "현재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경상수지도 상당 폭 흑자를 지속하는 등 우리나라 대외건전성이 견실하고 양호하다"며 "당분간 외국인 증권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 역시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다. 한은은 국제 금융시장이 크게 움직이거나 우리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글로벌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금융·경제상황점검회의나 통화금융대책회의를 열어 시장 불안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