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보다 작은 키에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이뿐 아니다. 부모 역시 자녀가 남들보다 성장이 더딘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4일 "아이들의 정상적인 성장 발육 속도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며 아이들의 성장에 관해 조언했다.
박 교수 설명에 따르면, 임신이 되는 순간부터 완전한 성인이 되기까지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태어나서 가장 많이 자라는 때는 출생 시부터 만 2세까지의 시기로, 이때는 1년에 키가 약 10~25㎝까지 자란다. 2세를 지나 사춘기 이전까지 성장 발육 속도가 다소 주춤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1년에 평균 약 5~6㎝씩은 큰다.
그러다 다시 사춘기 시작 시기에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 보통 여아의 경우 11살, 남아의 경우에는 약 13살 쯤이면 사춘기가 시작된다. 2차 최대 성장 시기는 여자아이의 경우 11~13살, 남자아이의 경우 13~15살 사이다. 그 이후 팔다리의 성장은 서서히 멈추게 되고 주로 몸통에서의 성장만 하다가 16~18살 이후에는 차츰 모든 성장이 멈추게 된다.
박수성 교수는 "수면이 성장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준다"며 "성장호르몬이 분비하는 황금시간대가 있다"고 밝혔다.
성장호르몬 하루 분비량의 약 60~70%가 오후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분비된다 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며 뼈의 성장뿐 아니라 지방을 분해하고 단백질을 합성하는 작용을 한다. 환경적 요인에 따라 성장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기도, 적게 분비되기도 한다. 또 분비된 성장호르몬이 키 성장에 쓰일 수도 있고 다른 곳에 쓰일 수도 있다. 결국 성장호르몬을 많이 분비하게 하는 것이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길인 셈이다.
박 교수는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충분한 수면, 즐거운 마음가짐,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신체 등이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고 성장에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불균형한 영양 섭취, 과식으로 인한 비만, 정신적 스트레스, 부족한 수면, 운동 부족, 질병 등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저해하고 성장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잠'은 성장호르몬 분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참 키가 자랄 때는 하루 밤에도 3㎝씩 자란다'는 말이 있듯, 수면이 골격 성장에 큰 도움을 준다. 박 교수는 "오후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아이의 성장에 좋다"면서 "밤늦게 잠자리에 드는 아이는 키 성장을 위한 황금시간대를 놓치게 되는 격"이라고 말했다. 또 "아이들이 늦게 잠자리에 드는 이유 중 대부분은 부모의 생활습관을 닮기 때문"이라며 "부모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통 2~3세 아이들의 경우 하루 12~14시간 정도의 수면이 필요하다. 4~6세 사이의 아이들은 11~12시간, 7세 이후는 매일 적어도 9~10시간은 자야한다.
몸이 아파 밤에 잠을 못 자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잠을 설치게 될 경우 당연히 성장호르몬 분비가 억제돼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키 성장에 심리 상태도 영향을 미친다. 박 교수는 "아이들이 어떤 이유로 인해 심리적으로 심한 압박을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뇌하수체로부터의 호르몬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저하돼 성장 속도가 늦춰진다"고 설명했다.
성장호르몬은 만 55세 정도까지 분비되지만, 키 성장은 성장판이 열렸을 때까지만 가능하다. 성장판은 성장기 아이의 뼈 중 팔이나 다리뼈의 끝부분에 주로 위치하고 있으며 뼈세포를 스스로 만들어내 팔이나 다리뼈 길이를 길어지게 한다.
성장판은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의 자극을 받아야 뼈의 성장을 촉진해 키를 크게 한다. 적당한 강도의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적인 이유다. 줄넘기, 가벼운 조깅, 맨손체조, 수영, 댄스, 배구, 농구, 배드민턴 등의 운동은 성장판 주위의 혈액순환과 대사활동을 증가시켜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더욱 촉진시킨다.
박 교수는 "운동은 단순히 아이의 키만 쑥쑥 늘여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 뼈와 마찬가지로 근육에도 성장판이 존재하는데 관절운동으로 인해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면 근육 성장판이 자극을 받아 근육세포가 자라게 된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성장에 독(毒)일 수 있다. 성장에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고 해도 지나치게 하면 성장으로 가야 할 영양소를 소모해버리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아이들의 등에 땀이 촉촉하게 배어날 정도의 운동량이면 충분하고, 시간으로 본다면 매일 약 30분~1시간 정도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또 박 교수는 "무릎 관절이나 성장판이 손상되지 않도록 줄넘기는 반드시 흙이나 운동장 같은 쿠션감이 있는 땅에서 해야하고, 농구를 할 때도 지나치게 높게 점프해 착지할 경우 체중의 5~6배의 힘이 성장판 연골에 전달돼 연골세포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