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화장품업체인 로레알그룹은 3일 의류 브랜드이자 온라인쇼핑몰인 '스타일난다'와 뷰티 브랜드 '쓰리컨셉아이즈(3CE)'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난다의 지분 100%를 김소희(35) 대표로부터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스타일난다 본사 건물에서 나오는 김 대표에게 매각가를 묻자, "나중에 기회가 될 때 얘기하겠다.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긴 대화는 극구 사양하던 그는 남편이 운전하는 검은색 레인지로버 차량을 타고 사라졌다.

패션업계는 스타일난다의 매출 규모와 본사 건물 등 부동산 자산, 중국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등을 고려하면 매각가가 4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일난다는 김 대표가 지난 2004년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보세 옷을 직접 떼다 팔며 시작한 회사다. 인천의 한 상업고교를 나와 전문대도 다녔지만, 그녀의 꿈은 '옷집 사장'이었다. 자신이 입고 다니던 재킷이 예쁘다며 중고로 사겠다는 주변 사람들을 보고, 인터넷에서 8만원에 판매한 것이 시작이었다.

온라인 의류 쇼핑몰이란 개념조차 희박했던 사업 초반, 김 대표는 혼자서 주문을 받고 물건을 떼고 포장·배송하느라 하루 3시간만 잤다. 단 한 번의 외부 투자 없이 이익잉여금으로 판매 규모를 계속 늘렸다. 26세였던 2009년 무작정 화장품 제조사 한국콜마를 찾아가 제품을 10번 넘게 수정해가며 만든 화장품 브랜드 3CE는 현재 전체 매출의 69%를 차지하고 있다. 월 매출 1000만원이었던 김 대표의 온라인쇼핑몰은 13년 만에 일본·중국 등 7개 국가에 59개 매장을 둔 연 매출 1641억원 규모 기업이 됐다.

김 대표는 "이번 매각이 난다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본다"며 "로레알의 지원을 바탕으로 스타일난다가 전 세계로 확대돼 뷰티·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로레알은 중국 시장공략을 위해 중국 내 색조화장품 인지도 1위인 스타일난다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시 페라키스-발라 로레알그룹 시판사업부 사장은 "한국·중국 등 지역에서 커지는 10~30대 여성들의 메이크업 욕구를 3CE가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인수 절차가 완료되는 두 달 후 대표직에서 내려온다. 이후에는 제품을 개발하고 사업 아이디어를 내는 역할인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로 스타일난다에 남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