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SF) 소설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1920~1992)는 1976년 '200세가 된 남자(바이센테니얼 맨)'라는 중편을 썼다. 이 소설은 1999년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로 제작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바이센테니얼 맨은 막연히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로 여겨지던 로봇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주인공 앤드루는 가사와 육아를 대신하는 가정용 로봇으로 사람보다 더 사람을 잘 이해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아시모프는 언젠가는 로봇이 사람과 어울리며 생활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 것이다. 그가 그렸던 미래는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 집사 꿈꾸는 아마존의 야심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가정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아마존은 10년 전 디지털로 독서할 수 있는 전자책 리더 킨들을 내놓았고, 4년 전에는 컴퓨터가 말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스피커 에코를 출시했다"면서 "이제 가정용 로봇이라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정용 로봇 프로젝트는 킨들과 에코가 탄생한 아마존의 비밀 연구소 '랩 126'에서 담당한다. 이르면 내년 출시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이 로봇의 개발명이 '베스타(Vesta)'라고 전했다. 베스타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가정과 국가를 지키는 화로의 여신이다. 다른 신들과 달리 육체가 없는 불의 형상으로 표현된다. 다만 아마존 베스타의 기능과 모양은 철저히 베일에 감춰져 있다. 미국 USA투데이는 "집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아마존의 AI 비서인 알렉사를 두뇌로 활용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0년 일본 혼다가 세계 최초의 이족보행 로봇 아시모를 선보인 뒤 전 세계 과학자와 기업들은 공장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쓰기 위한 로봇을 앞다퉈 내놓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휴보 같은 인간형 로봇도 있었고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의 치타나 소니의 로봇 강아지 아이보처럼 동물을 본뜬 것도 있었다.
하지만 기술력과 시장성 모두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간단한 동작도 하는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신기한 장난감 정도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외신들은 베스타가 지지부진한 가정용 로봇 시장을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마존은 물류창고에서 로봇 수만대를 운영하면서 로봇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또 베스타의 두뇌 역할을 할 알렉사를 탑재한 에코를 지난해 3100만대나 팔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아마존은 매번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여왔다"면서 "비싼 가격과 제한적인 기능이라는 가정용 로봇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깰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두뇌·육체 모두 급속히 발전하는 로봇
현실의 바이센테니얼 맨을 목표로 뛰는 것은 아마존뿐만이 아니다. 로봇의 동작은 점차 사람에 가까워지고 있다. 스위스 로봇 기업 ABB와 독일 쿠카 로보틱스의 로봇은 종이접기를 하거나 컵에 맥주를 따르는 동작까지 척척 해낸다. 대만 스타트업 에오러스의 집사 로봇은 진공청소기를 쥐고 집 안 곳곳을 청소하거나 주인이 잃어버린 안경도 찾아서 가져다 준다.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두 발로 징검다리를 뛰어서 건너고 등산을 하는가 하면 뒤로 공중제비까지 도는 로봇을 공개했다. 로봇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드는 AI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답을 찾아주고 발전하는 딥러닝(심층학습) 기술이 등장하면서 각 가정에 최적화된 로봇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졌다. 실제로 최근 판매되는 로봇청소기는 딥러닝을 이용해 집 안의 구조와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파악한 뒤 2~3주만 지나면 효율적인 가동법을 알아서 찾아낸다.
가정용 로봇 상용화에 적극 뛰어드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한국 LG전자·KT, 일본 소니·혼다·도요타, 독일 보쉬·지멘스, 미국 아이로봇 등이 이미 가정용 로봇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