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5월의 첫 개장일에 웃지 못했다. 지난주 남북 정상회담이 몰고온 화해 무드에 사흘 연속 달아올랐던 투자심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위반 이슈가 터지자마자 차갑게 식어버렸다. 3주 전 유가증권시장 3위까지 올랐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 순위는 순식간에 6위로 주저앉았다.

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9%(9.77포인트) 하락한 2505.61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697억원, 1172억원 순매도하며 코스피지수의 발목을 붙잡았다. 개인만 279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닥지수도 0.56%(4.92포인트) 떨어진 871.0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기관과 개인이 각각 691억원, 583억원 순매도했고 외국인이 149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공장에서 한 연구원이 의약품 생산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3주만에 시총 13조원 증발

이날 증시에서 가장 큰 이슈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움직임이었다. 전날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인식해 자산과 이익을 부풀렸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제재 수위는 다음달 열리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셀트리온(068270)과 함께 바이오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소식에 주가는 즉시 반응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보다 17.21%(8만4000원) 떨어진 40만4000원에 마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원진이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처리한 사안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으나 급락하는 주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10일 장중 60만원까지 오르며 약 39조원으로 불어났던 시총 규모도 26조원대로 줄어들었다.

대장주의 위기는 제약·바이오 업종 전체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의약품 업종은 전거래일 대비 7.13% 하락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제약 업종은 2.04% 떨어졌다. 셀트리온(068270), 보령제약, 메디톡스(086900)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방식이 고의적이라고 인정하면 위반 금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며 "이런 우려로 주가가 당분간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 철도경비대원이 북-러 연결철도를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보고 있다.

◇ 여전히 뜨거운 경협주…"5월 FOMC 주목"

하락장에서도 남북 경제협력주(경협주)는 대북 사업에 대한 기대감에 상승세를 이어갔다. 예컨대 현대로템(064350)은 전거래일보다 22.10%(5900원) 오른 3만2600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200 종목들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2일 1만5800원(종가 기준)에서 한 달만에 2배 이상 치솟았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신규 철도 건설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시장의 전망이 현대로템 주가를 연일 달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육상 수송망의 특징은 '주철종도(主鐵從道·철도가 중심이고 도로가 보조)'다. 화물 수송의 90%, 여객 수송의 62%를 철도가 책임지고 있다.

현대로템 외에도 남해화학(025860), LS산전, 한국가스공사(036460), SK이노베이션(096770), 쌍용양회, 한진중공업, 효성(004800)등의 기업 주가가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에 크게 올랐다. 업종별로는 비금속광물, 전기가스, 건설, 기계, 음식료, 통신 등이 강세를 나타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장은 1~2일(현지시각)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입장 변화가 나타날지 여부와 이에 따른 금리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도 "최근 미국의 금리 상승세가 재개된 상황에서 FOMC 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지수의 상승 탄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