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택 공시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서울 강남권에서는 세금이 50%까지 오르는 이른바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최소 5만가구가 보유세가 중과세되는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에 새로 편입됐다.

정부는 표면적으로 "시세가 뛴 만큼 올리는 것이 원칙"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공시가격 상승률은 실거래가격 상승률의 배(倍)였다. 집값 안정과 세수(稅收) 확보 목적으로 공시가격을 시세 상승률보다 지나치게 많이 올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5만가구 종부세 신규 편입

국토교통부는 2018년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5% 올랐다고 30일 발표했다. 특히 서울은 10.2% 올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7년 28.4%를 기록한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이다. 시·군·구별로는 송파(16.1%)·강남(13.7%)·서초(12.7%) 등 서울 강남 3구가 전국 1~3위를 차지했고, 이어 경기 분당(12.52%), 서울 성동(12.19%)·강동(10.91%)·양천(10.56%) 등의 순이었다.

올해 공시 가격이 대폭 오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아파트. 이 아파트 1채만 갖고 있어도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작년보다 50% 정도 늘어난다.

주택 소유자 보유세 부담도 늘어난다. 서울 성동구 옥수파크힐스 전용면적 84㎡ 공시가격은 작년 6억2500만원에서 올해 7억700만원으로 13.1% 올랐다. 세금은 이보다 더 오른다.

추연길 세무사 분석에 따르면, 이 아파트 보유세(이하 1주택자 기준)는 19.4% 인상된 187만원이 된다. 보유세 체계가 계단식 '누진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전용 31㎡도 공시 가격은 17.8% 오르지만, 보유세는 19.7% 오른다.

종부세 대상자도 크게 늘었다. 전국 9억원 초과 주택은 작년(9만2000여가구)보다 53% 늘어난 14만807가구였다. '공시가격 9억원'은 1주택자라도 종부세를 내야 하는 최소 기준이다.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종부세 기준인 '6억원 초과 주택'은 36만6771가구로 작년보다 27.1%(7만8317가구) 더 많이 늘었다.

종부세 대상에 편입되면 세금이 더욱 급증한다.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 공시지가는 작년 8억800만원에서 올해 10억240만원으로 22.1% 올랐다. 하지만 종부세 구간을 넘어서면서, 보유세 합산액은 225만원에서 336만원으로 49.5% 인상된다. 50%는 연간 증세 상한선이다.

여기에 최근 여권(與圈)에서는 공식적인 보유세 인상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달 강병구 인하대 교수를 위원장에 선임했는데, 강 교수는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출신이고, 이 단체는 '1주택자 종부세 적용 기준도 6억원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비싸거나 큰 집 유독 올라… 부자 증세 의혹

공시가격 산정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 측은 공시가격 발표에서 "시세가 뛴 만큼 올리는 것이 원칙이며, 시세 반영률은 예년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는 작년 한 해 전국 공동주택 실거래가 상승률이 2.6%임에도 공시가격은 그 배(倍)인 5%를 올렸다. 현 정부 출범 전인 2017년도에는 실거래가가 3.5% 오를 때 공시가격은 4.4% 오르는 수준이었다. 2016년에는 실거래가 상승률(6.5%)보다 공시가격 상승률(6%)이 오히려 낮았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부자'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있다. 우선 비싼 집일수록 공시가격 상승 폭이 높았다. 주택 가격별 상승률이 3억~6억원은 6.9%, 6억~9억원은 12.7%, 9억원 초과는 14.3%였다.

시세가 많이 오른 중소형보다 인기가 없었던 대형 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더 높게 오른 것도 시장 전문가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작년 전국적으로 대형 아파트는 1.4% 올랐지만, 소형 아파트는 1.6% 올랐다. 하지만 공시가격은 50~65㎡(이하 전용면적)가 4.7%, 60~85㎡는 4.5% 오른 반면, 85~102㎡는 6.5%, 102~135㎡는 5.3%, 135~165㎡는 6.7%가 각각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비싼 집, 큰 집을 가진 부자들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며 "증세를 하려면 국민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