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도로를 달리는 버스가 전기버스로 대체될 것입니다. 국내 버스 시장도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지난 19일 서울 삼성동 한국자동차판매 사무실에서 만난 김연중 대표이사는 확신에 찬 어조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총액 53조원 규모로 성장할 국내 전기버스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산 증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기술이나 디자인, 생산 등의 분야가 아닌 자동차 세일즈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기아자동차영업사원으로 한창 현장을 누비던 시절 10년간 하루 평균 1대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등 연일 진기록을 작성하며 기네스북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40년간 자동차 세일즈맨의 외길을 걸어온 그가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전기버스 제조사인 우진산전과 손잡고 판매 대행사를 설립해 전기버스 세일즈에 뛰어든 것이다. 김 대표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는 최근 정체되고 있지만, 전기버스 시장의 성장은 이제 곧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하루 3시간 자며 남대문·용산·마포 등 누벼…1989년 기네스북도 등재
김 대표가 자동차 산업에 발을 들인 시기는 지난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을 앞두고 대부분의 동급생들이 대기업이나 은행 등 안락한 삶이 보장된 직장을 선택했지만, 그는 기아차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발로 뛴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세일즈맨의 삶에 더 큰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젊은 혈기로 선택한 결정이었지만, 영업사원 생활 초반은 결코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다. 당시 평범한 국내 가정에서 자동차 구입은 큰 부담이었고, 명문대를 갓 졸업한 '초짜' 영업사원에게 집 다음으로 많은 돈이 들어가는 자동차 구매를 상담하는 사람도 적었다. 나이 지긋한 선배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월간 실적표를 보며 속만 태우는 날이 많았다.
"모든 걸 내려놓고 남들보다 2~3배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회사원이든, 길거리에서 과일을 파는 노점상이든 자동차를 사주는 고객이 날 살려줄 은인이라는 생각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는 당시 몸 담고 있던 남대문 영업소 일대를 중심으로 종로, 용산, 마포 등 주변지역을 매일같이 누비기 시작했다. 현재 용산 전자상가가 들어서 있는 한강로 일대는 당시 청과물 도매시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새벽 5시부터 용산 청과물 시장 일대 상인들에게 명함을 돌렸고 기업, 관공서의 출근시간에 맞춰 남대문과 종로를 뛰어다니며 영업을 했다. 오후는 물론 퇴근시간이 훌쩍 넘어선 야간에도 식당과 술집 등에서 고객 잡기에 나섰다.
매일 하루 3시간의 '쪽잠'을 자면서도 고객 관리를 위해 각종 단체와 친목모임 등에는 빠짐없이 가입했다. 어떻게든 인연을 만들기 위해 상인들의 손수레도 직접 끌었고 하루 10끼의 식사를 하기도 했다. 고단한 판촉 활동을 마친 뒤에도 상권과 고객 분석을 위해 영업소로 복귀해 자정을 넘어설 때까지 자료를 만들어 정리하는 작업도 빼먹지 않았다.
노력은 곧 성과로 이어졌다. 세일즈 입문 첫 해인 1979년부터 1989년까지 10년간 총 4484대의 차를 팔아 전국 1위의 판매기록을 세운 것이다. 하루 평균 1.23대의 차를 판매한 셈이다. 특히 1989년에는 하루 평균 1.5대가 넘는 588대를 판매했다. 그는 10년 누적 자동차 판매량과 1989년 한 해 최다판매 두 부문에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고 현재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1990년 기아차 최연소 지점장으로 임명된 후 10년간 테헤란로지점장, 목동지점장, 퇴계로지점장 등을 거쳐 2000년 독립해 한국자동차판매를 설립했다. 그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쌍용차, 한국GM 등 국내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차를 판매하는 세일즈맨으로서 아직도 영업 현장에 몸담고 있다.
◇ 자동차 판매왕의 새 도전…53조원 전기버스 시장 놓고 '3파전'
김 대표는 올 초 우진산전이 생산하는 전기버스를 독점 판매하는 대행사인 우진버스판매를 설립했다. 우진산전은 전동차와 철도차량부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해 첫 전기버스인 '아폴로 1100'을 출시했다.
204kWh 배터리를 장착한 아폴로 1100은 운전석을 포함, 총 49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충전시간은 50분으로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는 220km다. 차량 바닥이 낮은 초저상 버스로 어린이나 노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들이 타고 내리기 쉽도록 설계됐다.
최근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친환경차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본격적으로 활성화하는데 나서면서 국내 전기버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시는 올해 9월까지 도심에서 전기버스 30대를 시범 운행하고 2025년까지 총 3000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전기버스의 가격이 높아 본격적으로 CNG버스를 대체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아폴로 1100의 경우 1대당 가격은 4억5000만원 수준이다. CNG버스의 평균 1대당 가격은 1억2000만원. CNG버스 4대를 구입할 돈을 줘야 전기버스 1대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저상 전기버스에 환경부가 1억원, 국토교통부가 9215만원의 보조금을 각각 지급하고 각 지자체도 별도의 친환경버스 관련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고 있다"며 "디젤버스, CNG버스 등에 비해 저렴한 연료비와 정비비 등을 감안하면 전기버스의 경제성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버스시장의 총 운행대수는 13만3000대다. 1대당 4억원의 가격을 책정해 전국의 버스가 향후 전량 전기버스로 대체될 경우 시장 규모는 53조원 수준에 이른다.
현재 전기버스 시장은 부산에 거점을 둔 친환경버스 전문 제조사인 에디슨모터스와 현대차, 우진산전이 경쟁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의 전기버스인 'e-화이버드'는 이미 전국에 120여대가 납품됐고 현대차의 전기버스 '일렉시티'도 지난해 말부터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여기에 BYD 등 중국 자동차업체들도 가세했다.
김 대표는 "최근 미세먼지 문제 등으로 인해 전기버스의 운행대수와 충전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며 "이제 개인 승용차가 아닌 공공의 목적을 위한 '전기버스 판매왕'으로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