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한우조합 연 420억원 매출
직영 식당 설립...유통마진 없애

지난 20일 오후 3시 전북 김제 백산면에 위치한 전북한우협동조합.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한우정육식당을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 이 시간쯤이면 대다수 식당은 저녁 장사를 준비할 때까지 쉬기 위해 문을 닫는다.

전북한우협동조합 소속 조합원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소들이 볏짚을 먹고 있다.

전북한우협동조합은 조합에 소속된 조합원이 생산한 한우 고기를 안정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2015년 6월 총체보리한우정육식당 김제점을 열었다. 단계마다 붙는 중간 유통 마진이 많아 산지 소값은 폭락해도 소비자가 사먹는 소고기 가격이 떨어지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식당은 대박이 났다. 시내도 아닌 면소재지에 식당을 열었지만 평일 매출은 1600만원 이상이다. 주말에는 정육 코너에서 소고기를 구입해도 한참을 기다려야 구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손님이 몰린다. 주말 이틀 매출이 최소 7000만원 이상이다. 전북한우협동조합은 지난해 총체보리한우정육식당 김제점에서 약 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웬만한 중소기업 부럽지 않은 규모다.

인기 비결은 우수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 삼겹살 먹을 돈으로 1등급 소고기 등심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다. 서울에서 좀 유명한 고깃집은 요즘 삼겹살 1인분(120g 기준)을 1만2000~1만3000원에 판다.

전북 전주에 올해 초 문을 연 총체보리한우정육식당.

총채보리한우정육식당에서 판매하는 소고기 등심가격(100g 기준)은 1등급 6800원, 1+ 7800원, 1++는 8900원이다. 안심과 채끝은 1등급 7500원, 1+ 8500원, 1++ 9500원이다. 여기에 1인당 3000원을 추가하면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다. 밑반찬과 야채는 무제한이다. 1등급 한우 등심 1인분(120g)을 사서 구워먹는다고 가정하면 1만1160원이면 된다.

질좋은 소고기를 저렴한 가격이 먹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김제는 물론이고 익산·전주·군산 등 꽤 멀리 떨어진 외지 손님도 줄을 잇는다. 고향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이들이 많다. 전주한옥마을, 김제금산사, 새만금간척지, 변산해수욕장, 격포 채석장 등 전북권 관광지를 찾아 수도권에서도 찾아온 사람들도 적지 않다.

김창희 전북한우협동조합 조합장(사진)은 "소를 유통할 때 거치는 유통 단계를 없애 물류비와 단계별 수수료를 줄인 덕분에 시내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질 좋은 고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손님이 몰린다"고 말했다.

-유통단계를 줄였다고 했는데.

"총체보리한우정육식당은 조합원들이 키운 소만 취급한다. 조합원들이 소를 키우면 전북 익산에서 도축해 조합으로 고기를 가져온다. 그러면 하루 정도 숙성 시킨 뒤 조합이 고용한 정형사들이 부위별로 고기를 분리해 식당에서 판다. 이렇게 하면 일반적으로 축산농을 출하할 때 내야 하는 도축장까지의 이송료와 경매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도매상과 소매상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붙는 마진도 없다."

-고객은 저렴하게 소고기를 먹을 수 있지만 조합원들은 무엇이 좋은가.

"중간 유통 단계가 많아지면 소비자는 소고기를 비싸게 사먹여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소비가 위축된다. 소비가 위축되면 한우 사육농가 입장에서는 키운 소를 팔 수 없다. 출하가격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조합이 소비자에게 소고기를 저렴하게 판다고 해도 조합원들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중간 유통상들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가격 거품이 빠지기 때문이다. 사육농 입장에서는 질좋고 소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팔아 소비가 증가하면 판로 걱정하지 않고 소를 키울 수 있다."

-조합원들의 이득이 커지나.

"조합이 소고기를 많이 팔수록 조합원은 판로 걱정없이 많은 소를 사육키울 수 있다. 그러면 사육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가 일어난다. 대량으로 소를 키우게 되면 사료를 대량으로 구매하게 돼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우리 조합원들이 키우는 소는 모두 4만두쯤인데 조합은 조합원들이 구매하는 사료를 포대(25kg)당 최소 1000원에서 최대 1700~1800원까지 저렴하게 판매한다."

전북한우협동조합이 조합원에게 질좋은 사료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운영중인 섬유질배합사료 공장.

-사료 공장을 운영하면 조합원에게 더 저렴하게 사료를 공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재는 섬유질배합사료(TMR) 공장만 운영하고 있다. 월 생산능력은 1500톤(t)이다. 앞으로는 월 2500톤 규모의 배합사료 공장을 추가로 세울 계획이다. 배합사료 공장을 가동하면 지금보다 더 싸게 사료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조합원에 대한 다른 지원사업은 없나.

"우리는 조합원이 키우는 소에 대한 임신 여부를 확인할 때 필요한 초음파 검사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또 조합원들이 소를 출하하면 예외없이 20만원의 장려금을 지원한다. 또 24개월 이상된 거세한 숫소의 경우 지육(고기)이 350~545kg, 경산우(새끼를 낳은 암소)는 생후 55개월 이하이고 지육이 300kg 이상 나가면 등급에 상관없이 두당 20만원씩 지원한다. 미경산우(새끼를 낳지 않은 암소)는 12개월 이전에 조합에 등록, 조합에서 생산하는 TMR 사료를 급여하고 지육이 300kg 이상 나가면 등급에 관계없이 30만원씩 지원한다. HACCP과 무항생제 인증우는 각각 지육 KG당 100원씩, 계통출하 장려금으로 거세우의 경우 24개월 이상 지육 300kg 이상일 때, 이력제상 56개월 이상 시 전 등급에 두당 10만원을 지급한다. 이밖에 조합원에게는 매달 1.2kg의 고기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이런 것들을 모두 합하면 조합원이 송아지 한 마리 키워 출하하면 다른 곳에 출하할 때보다 50만원쯤 더 받는 것 같다."

-정육식당을 추가로 열 계획은 없는가

"김제점 인기에 자신감을 얻어 올해 초 전주에도 70억원을 들여 정육식당을 오픈했다. 대지만 7425(2250평)이고 건평 1287(390평)이다. 전주점에는 커피숍과 농산물 판매장도 마련했다.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아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올해 정육식당 영업만으로도 100억원 매출은 무난할 것 같다. 우리조합은 전북에서 생산한 한우를 전북에서 모두 소비시킨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만큼 추가 정육식당 오픈도 상황을 봐가면서 추진할 계획이다. "

전북한우협동조합이 전북 김제에 운영하는 총체보리한우정육식당 매장 모습.

-조합원들이 생산한 한우를 자체로 얼마나 소비하는가.

"지난해 조합원 농가가 출하한 약 2400두의 한우 중 1500여두를 직영하는 정육식당에서 소비했다. 사골과 구이용으로 적당하지 않은 고기는 사골국물과 육포, 즉석스테이크, 불고기 등으로 판다. 올해는 2000두 이상을 자체적으로 소비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새로 오픈한 전주점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빠르면 올해부터 조합원들이 생산한 한우를 모두 소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조합도 돈을 많이 벌겠다.

"우리는 조합원을 위해 설립된 만큼 돈을 많이 남기는 대신 조합원의 이익을 증대시키고 지원하는데 많은 돈을 사용한다. 그래서 지난해 모두 42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 중 순이익은 10억원쯤밖에 안된다."

-이미 축산업협동조합(축협)이 있는데 별도로 한우협동조합을 만든 이유는.

"축협도 조합원이 있고 조합원을 위한 사료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조합원이 한우협동조합보다 훨씬 조합원이 많은 축협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만큼 우리조합이 파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사료를 팔 수 있다. 하지만 더 비싸다. 축협의 경우 금융업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 수 있어 축산농 지원 등 본연의 사업에 좀 소홀해진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한우 사육농가들이 모여 한우협동조합을 별도로 만들었다. 현재 서울경기, 경기북부, 충북, 충남, 경북, 경남, 전북 전남광주 등 전국에 8개 한우협동조합이 설립돼 있다.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전북한우협동조합에 있는 시설에서 정형사들이 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현재 한우 가격이 꽤 괜찮은 거 같다. 앞으로의 전망은.

"지금 한우 가격이 좋은 이유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서 한우사육농가들이 상당수 폐업했고 그 결과 한우 사육 두수가 크게 감소했기 대문이다. 최근 한우값이 오르면서 최근 대규모로 한우를 키우는 농가들이 생기면서 한우 사육두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내년이면 320만두쯤 될 것 같다. 그러면 한우값이 지금보다 떨어질 수 있다."

-한우가격 하락을 우려했는데 대안이 있겠는가.

"한우 고기를 저렴하게 팔면 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우리조합처럼 직영판매를 통해 유통단계를 축소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소비되는 소고기 양은 60만톤 정도다. 이 중 한우가 23만9000톤(t)이고 수입산 소고기는 35만8000톤쯤 된다. 수입산 소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60% 정도로 한우보다 많다. 미국산 수입산 소고기가 증가하는 이유는 비록 수입산이지만 저렴한 소고기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우도 유통 단계를 지금보다 축소해 유통 마진만 줄이면 소비가 지금보다 크게 증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