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27일 "1조원 상당의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이날 "기존 보유한 5600억여원의 자사주 소각과 4000억원 상당의 추가 매입 후 소각을 통해 현재 발행 주식 총수의 약 3%를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 남은 주식 가치를 올리는 것으로 회사의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헤지펀드 엘리엇이 소수 지분(약1.4%)을 무기로 현대차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한 지 나흘 만에 나온 조치다. 우리 기업이 외국 자본의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 특히 엘리엇은 현대차가 현 정부의 지배 구조 개선 압박에 따라 지배 구조 변화를 추진하는 틈을 이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현대차는 "엘리엇과 무관하게 2014년부터 시행해온 주주 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 달 예정된 현대차그룹의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엘리엇을 비롯한 주주를 달래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이 많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말 순환 출자 고리를 끊고 현대모비스를 지배 회사로 하는 지배 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6.7%, 23.3%씩 갖고 있는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매각한 돈으로 각 계열사가 가지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여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와 나머지 계열사를 지배하는 단순 구조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엘리엇은 지난 23일 "현대차·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사를 만들라"며 반대에 나섰다. 엘리엇이 주총에서 우호 세력을 결집해 주총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현대차가 이를 막기 위한 당근책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은 기업이 거액의 자사주를 소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전자도 지난 2016년 10월 엘리엇이 지배 구조 개편을 문제 삼으며 삼성전자 분할과 현금 배당 30조원 등을 요구하자 이듬해 1월 9조원대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재벌 개혁' 일환으로 소액 주주 의결권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이 점점 더 투기 자본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투기 자본의 요구가 계속 먹히면 다른 주주들도 기대를 키우고 그들 편에 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주들의 불만이 장기화된 것도 인위적 주가 부양의 배경이 됐다는 해석도 있다. 현대차는 2014년 신사옥 건립용으로 서울 강남의 한국전력 부지를 10조원에 사들였고 이후 자동차 판매 실적 부진 등이 겹치면서 당시 25만원에 가까웠던 주가는 현재 15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이같은 주주 가치 제고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은 신사업 투자와 경쟁력 제고를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것이 본연의 임무"라고 말했다.
입력 2018.04.2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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