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협력이 재개되면 우선 과제로 꼽히는 것이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이다.

세계 3위 LNG(액화천연가스)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지리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세계 2위 가스매장량 보유국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수입이 많지 않았다. 1992년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한 공급건이 논의됐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이다.

에너지업계는 "국내 천연가스 수입의 90%가 중동, 동남아, 호주 등 6개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자칫 특정 국가에 리스크가 발생하면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구조"라며 "북한은 자국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 건설로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에너지 문제 해결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약 2500km 떨어진 북극권 야말네네츠의 가스전 건설 현장.

◇ 동남아 가스 매장량 감소해 대체 수입처 필요

우리 정부는 이달 초 올해부터 2031년까지 천연가스 수요전망과 도입전략 등을 담은 '제13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확정했다. 발전용 수요는 올해 1652만톤에서 2031년 1709만톤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16년 수립한 제12차 계획보다 대폭 늘어난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LNG 주요 수입처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 매장량이 감소하고 있어 신규 수입처 발굴이 필요하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정부가 원전 대신 가스 발전 비중을 높여나가는 상황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도입하는 것은 경제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LNG와 러시아산 천연가스간의 공급 경쟁을 유도하면 도입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한국·북한·러시아를 잇는 파이프라인이 건설돼 2027년부터 가스가 공급된다면 가정하면 러시아에 대한 가스의존도는 연간 185만톤에서 900만톤으로 증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북한, 파이프라인 건설·통과료 수익 얻을 수 있어

북한은 자국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 건설 현장에 노동력을 공급, 인건비와 개발수익을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파이프라인 건설 이후 연간 1억5000만달러(파이프라인 이용료 별도)의 통과료를 얻을 수 있다. 필요시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에너지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러시아는 동북아 지역으로 천연가스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면서 EU(유럽연합)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확대로 급변하고 있는 LNG 시장에서 발생할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도입하는 것은 남·북·러 3국의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파급효과 때문에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러시아는 과거에도 파이프라인 건설이나 천연가스 도입에 대해 사업 추진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서 "결국 관건은 남북이 경제협력 논의 과정에서 얼마나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실행에 나갈 것인지 여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