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사업자 선정으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노선 인근 부동산 시장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 베드타운이지만 교통 여건이 그리 좋지 않았던 파주운정과 일산, 용인 등 지역은 아파트값이 뛰고 분양권 프리미엄이 오르는 등 ‘GTX 효과’가 일찍부터 가시화하고 있다.

GTX-A는 파주 운정에서 화성 동탄까지 83.1㎞를 잇는 노선이다. 일산에서 삼성역까지 20분 안에 도달할 수 있다. 기존 전철로는 80분이 걸렸다.

◇파주운정·일산 킨텍스·용인 구성역 역세권 주거시설 수혜

조선일보DB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교통연구원 주관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1000점 만점에 921.43점을 획득해, 현대건설 컨소시엄(865.87점)을 제치고 GTX-A노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국토부는 올해 말까지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후속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개통은 2023년 목표다.

부동산 업계는 노선이 지나가는 파주 운정과 일산 킨텍스 일대, 동탄2신도시, 용인 구성역 등의 주거시설이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주요 업무지역과 거리가 있는 베드타운이지만 교통 인프라는 취약했던 곳이다. GTX가 놓이면 서울 접근성이 개선되고 생활 편의시설도 확충될 가능성도 크다. 이 덕에 사업자 선정 단계지만 벌써부터 일대 역세권 아파트나 분양권 시세에 개통 효과가 반영되고 있다.

지하철이 없는 파주 운정이 그런 사례다. GTX 역세권 아파트지만 2015년 말 공급 당시 미분양이 났던 ‘운정신도시 센트럴 푸르지오’나 ‘파주 힐스테이트 운정’ 등 아파트 분양권에는 최근 웃돈이 수천만원 이상 붙었다. 운정신도시 센트럴 푸르지오의 경우 이달 전용면적 84.98㎡ 분양권이 4억2740만원(19층)에 거래가 신고됐다. 분양가보다 7000만원 이상 오른 것이다.

지하철이 3호선 하나밖에 없고, 대다수 주민들이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로 이동하는 일산신도시 킨텍스 일대도 마찬가지다. '킨텍스 원시티', '킨텍스 꿈에그린’ 등 역 주변 아파트 분양권은 2억원 이상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한다. 경의중앙선과 3호선에 이어 GTX까지 지나가게 될 대곡역 일대는 교통 요지지만 주변이 대부분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사유지라 개발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크게 조명받지 못했던 용인 구성역 일대, SRT 개통 이후 철도 접근성이 뛰어난 북동탄과 그렇지 못한 남동탄 지역 아파트값 시세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동탄2신도시도 마찬가지다. 구성역 인근 ‘삼거마을 삼성래미안’ 84.99㎡는 지난달 최고 5억5000만원에 거래돼 3개월 만에 9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연신내·일산 킨텍스·동탄역 주변 상권 커질듯

서울 연신내역 주변 빌라.

서울에선 연신내 지역의 수혜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GTX가 뚫리면 트리플 역세권이 될 지역이지만 낡은 다세대·연립(빌라) 등이 많아 주거환경이 좋지 않은 곳이다. 일대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상권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도심이나 강남권으로 오가기 좋은 지역이 돼 은평구 주민들의 주요 출퇴근 길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권을 기준으로 보면 연신내 외에도 삼성동과 킨텍스 및 동탄역 주변 등이 확장될 곳으로 꼽힌다. 노선이 여러 개 관통해 유동인구가 특히 더 밀집할 것으로 보이는 지역이다.

삼성동 일대의 경우 서울시가 추진 중인 국제교류업무지구 사업과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등 호재가 워낙 많고 GTX-A 노선 외에도 4개 광역·지역철도노선이 지나갈 예정이라 천지개벽이 예상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예정된 노선들이 뚫리면 강남의 중심 축은 현재 강남역에서 삼성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오피스텔을 제외하면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은 개통 전까지는 수익을 내기 힘들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역 개통 시점이 1년 안팎으로 다가온 이후에야 비로소 지역이 변화하기 시작한다”면서 “2023년 개통 예정이라 앞으로 4~5년 정도 더 기다려야 하는 만큼 신중하게 투자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