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오는 30일부터 나흘 간(하루는 '근로자의 날'로 휴장) 액면분할에 따른 거래정지에 들어간다. 오늘(27일)은 200만원대로 거래되는 마지막 날이다. 액면분할 이후는 5만원대 주식(250만원 이상 유지 시)이 되기 때문에 액면분할 전에 살지, 아니면 후에 살지를 고민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액면분할 전이나 후나 매수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래도 액면분할 전에 사는 것이 낫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액면분할로 수급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의 경우엔 삼성전자 거래정지 기간이 짧아 아주 큰 리스크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50대 1 액면분할을 위한 거래정지에 돌입한다. 3거래일간 거래정지 후 다음달 4일 재상장하는 삼성전자의 액면가는 5000원에서 100원으로 줄어든다. 반면 주식 수는 50배로 늘고 주가는 250만원 선에서 5만원 선으로 내려간다. 시가총액에는 변화가 없다.
◇ 거래정지 리스크 미미…"매수해도 된다"
주가가 싸지면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수급이 개선돼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문제는 거래정지에 따른 충격이다. 기관투자자가 리스크 회피를 위해 거래정지 전 주식을 매도하거나 재상장일 주가 급변에 따른 시장 충격 등이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오늘(27일)이 액면분할 전 마지막 거래일인 데다 남북정상회담 이슈가 있어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매각하려는 외국인 투자자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들어 시장이 자꾸 출렁이다 보니 거래정지 리스크가 존재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주가 변동은 액면분할 전후 관계없이 발생한다"며 "1~2주간 거래가 정지된다면 모를까 3일은 짧은 기간"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액면분할 이후 저렴해진 주가와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개인들의 매수 기회가 증가하고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며 "이 밖에도 전반적인 반도체 경기가 호황이라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장기적으로는 주가 흐름도 좋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 또한 "액면분할이라는 이벤트로 거래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주가 흐름에 결코 나쁜 뉴스가 아니다"라며 "삼성전자 펀더멘탈 자체가 크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액면분할 이후 주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지금이 매수 적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거래 정지로 인해 또 하나 부각되는 리스크 요인은 ETF에 있다. 우리나라 ETF의 20%가 삼성전자를 담고 있는데, 사흘간 삼성전자는 거래되지 않다 보니 ETF 운용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지난 2000년 4월 SK텔레콤(017670)이 액면분할을 실시했을 당시 프로그램 매매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거래정지 첫날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올라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현물을 매수해야 했는데, 바스켓(프로그램 차익 매매에 활용되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군)에서 SK텔레콤만 매수 주문이 이행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평상시의 10분의 1에도 못미쳤다.
손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액면분할로 인해 ETF 순자산가치 괴리율이 커질 수는 있지만 그 영향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액면분할 아닌 중·장기적 펀더멘탈 주목해야"
한편 애널리스트들은 액면분할이라는 단기적인 이벤트가 아닌 삼성전자의 장기적인 펀더멘탈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이들은 액면분할이 주가 상승에 탄력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주가도 제자리를 찾는다며, 투자 시 펀더멘탈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강조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로 인한 유동성이 주가 상승까지 견인하기 위해서는 펀더멘탈이 항상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1분기에 이어 2, 3분기 실적이 개선되는 그림이 그려져야 주가 상승도 지속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로 접근성이 좋아지는 것이지 기업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유동성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펀더멘탈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시황이 삼성전자 수급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메모리 반도체 경기에 대한 전망 자체가 좋기 때문에 향후 삼성전자 실적이 개선되면서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강호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삼성전자 반도체나 플렉서블 OLED 등 종합적인 시장 상황이 좋다"며 "반도체 시황이 앞으로도 좋아지는 것은 삼성전자 분기 실적과 펀더멘탈이 더 견고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5세대통신(5G)이나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관련 서비스 확대로 반도체 산업이 전반적으로 레벨업이 될 것"이라며 "단기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러 기회 요인을 분석하고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금리인상, 미중 무역 전쟁, 환율 등 외부 요인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도 대두됐다. 박원재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수출 비중이 워낙 높아 환율 변동성이 조금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도 "분기별로 산업의 전반적인 트렌드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