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연간 평균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매출 1200억원 가량 줄어
현대차가 판매부진과 원화 강세에 발목이 잡혔다. 성장은 정체됐고, 수익성은 떨어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현대차(005380)는 2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갖고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681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5.5% 감소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22조4366억원으로 4%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7316억원을 기록해 48% 감소했다.
연초 강세로 출발했던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2월 미국 긴축 우려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1097원까지 상승했으나 최근 한미 간 환율 합의 발표로 108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연간 평균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매출이 1200억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는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200원대를 유지했었다.
◇ 원화 강세로 영업이익 급감
매출액 감소폭에 비해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원화 강세 흐름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해 1분기 1240원대 중반에서 올해 1분기말에는 1063원까지 하락했다. (달러 약세, 원화 강세) 이 때문에 수출에서 기록하는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 판매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는 2018년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대비 1.7% 줄어든 104만9389대를 판매했다. 중국을 제외할 경우 전년 동기대비 2.8% 증가한 88만3827대 판매를 기록했다. 판매량이 줄면 공장 가동률이 하락해 상대적 고정비 부담이 커져 원가율이 높아지게 된다.
현대차는 1분기 실적 부진에 대해 "신차 중심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비우호적인 환율과 1분기 발생한 이례적인 파업의 영향으로 고정비 부담이 상승했다"며 "원화강세와 공장가동률 하락으로 인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시장 판매에서 마케팅 비용 증가 등도 문제다. 현대차의 1분기 미주지역 판매량은 27만3000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했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인기를 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이 부족한 데다 글로벌 메이커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대차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평균 인센티브를 크게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2분기 실적 회복 쉽지 않을 듯
원화강세 현상이 지속된다면 2분기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올해 목표로 한 505만대 판매를 달성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매출 상당수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국내에서 수출하는 물량도 커 원화강세의 타격이 크다. 현대차는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가 원화 기준으로 원화강세가 지속되면 고정비가 늘어난다. 또 수출이 감소하면 인센티브·프로모션 등 현지 마케팅 여력이 줄어 장기적으로는 가격 인상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국 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도 현대차에 부담이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약 35%에 이른다. 나머지 65%는 미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한다.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서 할부금리가 올라 현지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내 높은 인센티브 지출에도 불구하고 판매 부진이 누적되며 미국 공장의 가동률이 하락하고 있다"며 "싼타페 신차가 곧 미국에서 생산됨에 따라 단기적으로 미국 공장 가동률은 반등하겠지만 장기적인 인센티브 안정화 및 공장 가동률 정상화를 위해서는 미국 시장점유율 상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2분기부터 미국 시장에서 소형 SUV 코나와 중형 SUV 싼타페를 판매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이미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싼타페의 생산을 위한 설비를 구축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