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의 유전 정보를 완전 해독하겠다는 거대과학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동물 대신 DNA 정보를 모은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생물에서 포유류에 이르는 다양한 생물의 유전 정보는 무료로 공개돼 의학과 농업, 기술과 생태계 보전을 위한 귀중한 자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리스 르윈 미국 UC데이비스 석좌교수가 이끄는 '지구 바이오게놈 프로젝트(Earth BioGenome Project, EBP)'는 지난 23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앞으로 10년간 47억달러(약 5조원)를 투자해 지금까지 확인된 진핵생물(眞核生物) 150만 종(種)의 게놈(유전 정보)을 모두 해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논문에는 미국과 유럽연합·중국·캐나다·브라질·호주 등 세계 각국의 과학자 24명이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진핵생물은 DNA를 가진 세포핵이 있는 생물을 말한다. 지금까지 게놈이 완전 해독된 진핵생물은 전체의 0.2%에 불과하다. EBP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10억 기가바이트 이상의 방대한 유전 정보가 축적될 것으로 예측됐다.

EBP는 "수많은 생물에서 밝혀진 유전 정보는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을 보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질병 치료제와 친환경 연료, 신소재, 식품 개발을 위한 정보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르윈 교수는 "특히 다양한 생물종을 갖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 경제, 환경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인간게놈프로젝트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게놈 해독 연구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는 1990~2003년 48억달러(현재 화폐 가치)를 투자해 인간 한 명의 모든 DNA 정보를 해독했다. 이는 수많은 신약과 신물질 개발로 이어졌다. 2013년 미국 바텔연구소는 인간게놈프로젝트로 미국이 얻은 경제적 가치가 1조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EBP는 "게놈을 해독할 종 수는 인간게놈프로젝트의 150만 배나 되지만 사람 한 명의 게놈 해독 비용이 1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만큼 기술이 발전해 예상 투자액은 오히려 적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