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4일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이 미흡하다"며 "대신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를 합병해 지주사로 전환하고 순이익의 40~50%를 배당할 것을 제안한다"고 23일 밝혔다. 엘리엇이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개입하겠다고 발표한 뒤 처음으로 밝힌 구체적 요구다.

엘리엇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3개사의 주식을 10억달러(약 1조500억원·지분율 약 1.4% 추정)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개입했다.

엘리엇은 제안서에서 "(현대차가 하겠다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 합병은 주주에게 상당한 세금 부담을 줄 수 있다"며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를 합병해 지주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또 "저조한 주주 수익률을 해소하기 위해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의 잉여금을 줄여야 한다"며 "현재 있거나 앞으로 생길 모든 자사주를 소각하고,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주식에 대한 적정가치를 검토해 자산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또 순이익의 40~50%를 배당하고 다국적 회사 경험이 풍부한 사외이사를 세 명 추가 선임할 것을 제시했다. 현대차 작년 배당성향은 26.77%다. 도요타는 25.86%, 폴크스바겐은 14.62%다.

엘리엇은 자신이 주식을 가진 3개사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노골적으로 나섰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현재 현대모비스 주가는 24만3500원(23일 종가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나온 4일(26만4500원)보다 떨어졌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주주 및 투자자들에게 본 출자구조 재편에 대한 취지와 당위성을 지속 설명하고 소통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