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앤컴퍼니의 수비르 바르마 아시아 PEF 부문 대표는“사모펀드가 기업의 근본 가치를 높이는 사례가 늘면서 국민연금 등 아시아 기관투자자가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PEF)가 기업을 인수하면 단기적 투기에만 집중한다는 건 오해입니다. 그 기업을 다시 팔아야 하는데, 진짜 가치를 높이지 못한다면 누가 사겠습니까."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의 수비르 바르마(47·Varma) 아시아 PEF (Private Equity Fund) 부문 대표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사모펀드는 인수한 기업을 되팔아야 수익을 투자자에 돌려줄 수 있어 누구에게 되팔지를 늘 염두에 둔다"며 "그래서 더 근본적인 성장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국적인 바르마 대표는 베인앤컴퍼니의 손꼽히는 PEF 전문가다. 1992~1996년 도쿄은행·뱅크오브아메리카(BOA)·골드만삭스 등을 거쳐 AT커니 동남아 전략부문 대표를 지내고 2002년 베인앤컴퍼니에 합류했다.

그는 "세계 PEF 딜 규모는 44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에서 정체 상태지만, 한국과 아시아는 지난해 각각 사상 최대인 9조원, 90조원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다"면서 "최근 기업 가치를 높이는 PEF의 성공 사례가 늘면서 중국투자공사·국민연금·한국투자공사 같은 기관투자자와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PEF 투자로 성공한 대표 사례로 카버코리아, 로엔엔터테인먼트, 오비맥주 등을 꼽았다. 화장품 브랜드 AHC를 운영하는 카버코리아의 창업주는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2016년 골드만삭스·베인캐피털 컨소시엄 PEF에 지분 60%를 넘겼다. 이 펀드는 홈쇼핑 위주의 저가 화장품 이미지를 톱 모델 기용·면세점 공략 등으로 고급화했고 매출을 2년 전보다 8배 키웠다. 이후 1년 만인 작년 9월 유니레버에 3조원에 팔아 2조500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온라인 음악서비스 '멜론'을 보유한 로엔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SK텔레콤이 홍콩 PEF인 어피니티에 2972억원에 팔았고, 어피니티는 2016년 다시 카카오에 1조8000억원에 매각했다. 오비맥주는 2009년 KKR이 AB인베브로부터 샀다가 2014년 같은 회사에 되팔아 4조원의 차익을 남겼다.

작년 8월에는 김준일 락앤락 회장이 39년간 일군 자신의 회사 지분 전체를 어피니티에 매각했다. 세 아들을 두고 있는 그는 당시 "창업주로서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더 고려한 경영적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바르마 대표는 "PEF는 재무적 투자자(FI)로서 일반 기업과 달리, 다양한 산업 전반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업종을 넘나드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며 "예를 들면, 호텔·항공업에서 쓰이는 실시간 가격 변동 전략을 유통이나 화장품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PEF는 평균 10년이라는 투자 기한을 갖고 있어 변화의 속도를 더 높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