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크래프트맥주 부문 최고상 데블스도어 오진영 브루마스터
에일맥주 핵심 원료인 홉 세계적 품귀 현상...전량 독일, 미국에서 수입
"수제맥주 비싼 것은 최고 설비-원료 쓸수록 세금 부담 커지는 종가세 때문"

2014년 말에 개장한 신세계푸드의 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가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크래프트 맥주(수제맥주) 부문에서 '올해의 대상'을 수상했다. 데블스도어는 라거맥주로 획일화돼 있는 국내 맥주 시장에서 에일 맥주 붐을 일으킨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거와 에일맥주는 발효방식으로 구분된다. 라거 맥주는 하면 발효방식으로 제조한 맥주를 말하는 것으로, 발효 중 아래로 가라앉게 되는 하면 효모를 사용해 9~15도의 저온에서 발효시켜 만든 맥주다. 라거맥주는 에일에 비해 알콜 도수가 낮은 편이며, 색깔도 맑은 호박색으로 밝다. 또, 에일 맥주보다 향과 깊은 맛이 적은 대신 깔끔하고 청량감을 갖고 있다. 라거맥주는 체코 도시 필젠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라거 맥주와 달리 에일 맥주는 상면 발효방식으로 제조된 맥주다. 발효 중 표면에 떠오르는 상면 효모를 사용해 18~25의 고온에서 발효시켜, 알콜 도수가 높고, 맛과 향이 라거보다 진하다. 대형 생산설비를 필요로 하는 라거 맥주와 달리, 에일 맥주는 소규모 제조 설비에서도 생산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수제맥주 전문점이 에일맥주를 주로 취급하는 이유다. 에일 맥주로는 아일랜드의 기네스, 벨기에의 호가든, 독일의 바이스비어 등이 유명하다.

이번에 상을 받은 데블스도어 페일에일은 10년 이상 크래프트 맥주만 취급해온 양조 전문가가 개발한 레시피를 바탕으로 230여년 전통의 독일 카스파리(Caspary) 양조 설비로 매장에서 빚은 맥주다. 시트라 홉(CITRA HOP)을 사용해 에일맥주의 특징인 쌉싸름한 맛을 살리면서도 레몬, 감귤, 오렌지, 자몽 등 열대과일의 향을 즐길 수 있다. 알콜 도수는 4.6도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데블스도어 서울 센트럴시티점 내부 전경. 이곳 외에 하남 스타필드, 부산 센텀시티, 제주 신화월드에도 데블스도어가 있다.

데블스도어는 1호점인 서울 센트럴시티점을 비롯해 스타필드 하남, 부산 센텀시티, 제주 신화월드 등 전국 4곳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데블스도어의 수제맥주 제조를 책임지고 있는 오진영 브루마스터를 만나, 데블스도어 수제맥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직급이 과장인 오진영 브루마스터는 2002년 조선호텔에 입사해 2011년까지 수제맥주를 만들어왔으며, 2013년 데블스도어 프로젝트팀에 합류, 센트럴시티점과 하남점 오픈을 진두지휘했다. 현재 이 두 곳의 양조시설 및 맥주제조를 총괄하고 있다. 부산 센텀시티점과 제주 신화월드점 역시 데블스도어 센트럴시티점에서 제조한 맥주를 공급받고 있어, 오 브루마스터는 사실상 데블스도어 4곳 모두의 맥주 제조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수제맥주 제조 공정은?

"최초 공정은 맥아를 분쇄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맥즙(엿기름)을 만든다. 분쇄된 맥아와 뜨거운 물을 섞어 맥즙을 만든다. 맥즙 제조는 시간으로 따지면 8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 다음 맥즙은 효모와 섞이면서 발효가 시작되는데, 발효는 맥주 종류에 따라서 빠르면 3일, 늦으면 일주일 정도 걸린다. 발효가 끝나면 숙성 단계에 들어가는데, 2도 온도에서 진행되는 숙성 역시 맥주 종류에 따라 빠르면 2주, 늦게는 한달 정도 걸린다. 제조 기간만 보면 보름 만에 완성되는 맥주가 있는가 하면, 한달 이상 걸리는 맥주도 있다."

데블스도어의 맥주 제조를 총괄하고 있는 오진영 브루마스터. 2002년 국내에 크래프트 맥주 제조가 허용된 직후부터 크래프트 맥주를 만들어온 1세대 수제맥주 양조 전문가다.

-제조에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맥주는.

"임페리얼 스타우트(흑맥주 계열) 맥주다. 오크 에이징이 필요한 맥주인데, 6개월 정도 저온숙성을 거친 뒤에 판매된다."

-본인의 경력을 소개해달라.

"국내는 2002년부터 소규모 맥주 제조생산이 허용됐다. 그때부터 소규모 맥주 양조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고, 2002년 10월에 조선호텔에 입사,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는 조선호텔에 독일인 브루마스터가 있었고 그분 밑에서 도제 식으로 맥주 제조를 배우면서 만들었다. 이론은 대학에서 배우기도 했지만 수제맥주 제조 실무는 독일인 브루마스터로부터 배웠다. 2006년부터는 독일인 브루마스터 없이 직접 만들었다. 데블스도어 프로젝트에 참가한 것은 2013년이다. 초창기 멤버로 들어와 장비 설치 등 밑작업 다 하고 2014년 말에 센트럴시티점 영업을 시작했다."

-하루 업무 일정은?

"매일매일 업무는 같지 않다. 맥주 생산 공정이 매일 다르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각 탱크별로 어느 정도까지 공정이 진행됐는지를 살핀다. 당화가 진행된 맥주는 발효를 시켜야 하기 때문에 당도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체크한다. 당도가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알콜도수가 올라 갔다는 의미다. 각 탱크별로 당도, 온도, 탄산압력 등을 모두 체크한다. 이걸 통해 발효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발효가 끝난 맥주는 숙성고로 옮기게 된다. 이런 내용을 모두 일지에 작성한다. 출근하자마자 이런 사항을 모두 점검하고 일지 작성하는데 한두시간 걸린다.

맥주 맛을 보는 것은 새로 생산된 맥주일 경우에 한한다. 소비자에게 출시하기 전에는 항상 테이스팅을 한다. 일반 사람들은 보통 저녁에 술을 마시지만 우리는 직종이 직종인 만큼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테이스팅을 위해 맥주를 마신다."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올해의 맥주로 상을 받은 '데블스도어 페일에일'은 어떤 맥주인가?

"데블스도어를 준비할 즈음에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수제맥주는 페일에일 맥주였다. 개발 기간만 6개월 정도 걸렸다. 페일에일의 특징이 쌉싸름한 맛인데, 그 맛이 너무 과하지 않도록 하려고 노력했다. 맥주 매니아층만 염두에 둘 수 없었다. 매니아층을 겨냥해서 맥주를 만들면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다가가기 어려운 맥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쌉싸름한 페일에일의 특성을 살리면서 지나치게 튀지 않는 스타일로 만들었다.

한잔 마시는데 그치지 않고 한 자리에서 두잔, 세번째 잔도 마실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만약 페일에일이 별로다 싶은 고객은 그보다 쌉싸름한 맛이 강한 IPA맥주로 넘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판매량으로 보면 페일에일 판매비중이 가장 높다. 5가지 수제맥주가 있는데 전체 매출의 35% 정도를 페일에일이 차지한다."

다음은 데블스도어측이 제공한 제품 설명이다.

데블스도어의 5종 크래프트 맥주. 왼쪽부터 페일에일, IPA, 스타우트, 헬레스 라거, 임페리얼 스타우트.

데블스 페일에일(DEVIL'S PALE ALE)
-'시트라 홉'을 사용하여 맥주의 거친 느낌을 줄이고 레몬, 감귤, 오렌지, 자몽 등 다채로운 열대과일의 향을 즐길 수 있는 황금빛 페일 에일
-알콜 도수 : 4.6%

데블스 IPA (DEVIL'S IPA)
-진한 솔 향과 시트러스한 열대 과일 향이 매력적이며 IPA 특유의 쓴 맛과 '모자이크 홉'의 복합적인 향을 부각한 담갈색 IPA
-알콜 도수 : 5.2%

데블스 스타우트(DEVEL'S STOUT)
-고온에서 로스팅한 맥아를 사용하여 몰트 특유의 고소함과 풍부한 바디감이 특징이며 초콜릿 향이 풍부한 흑색 STOUT
-알콜 도수 : 5.0%

헬레스 라거 (HELLES LAGER)
-맥아와 홉의 함량을 적절히 조합하여 밸런스를 강조한 맥주이며, 맛은 쌉쌀하고 뒷맛은 깔끔한 옅은 황금색 헬레스
-알콜 도수 : 4.6%

임페리얼 스타우트 (IMPERIAL STOUT)
-데블스도어 브루어리가 버번 위스키통에서 5개월간 숙성해 몰트 특유의 커피와 초콜릿 향, 부드러운 거품을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수제맥주
-알콜 도수 : 10%

-맥주 원료 공급은?

"맥주 원료는 물, 맥아, 홉, 효모 이 4가지인데, 물을 제외하고 맥아는 전량 독일에서 수입하고, 홉과 효모는 독일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보리와 맥아는 어떻게 다른가?

"보리를 몇가지 가공 공정을 거쳐 맥아로 만든다. 우선 보리에 수분을 공급해 싹을 틔워 효소가 생성되는 발아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보리 뿌리를 제거해주고 건조과정을 통해 수분을 제거한 뒤, 원하는 맥주 스타일에 맞추어 로스팅 등의 가공공정을 거쳐 맥아로 만들어진다. 우리는 맥아를 전량 수입하고 있다."

-왜 직접 맥아를 만들지 않는가?

"국내에서는 맥아 가공시설을 오비, 하이트 같은 대형 맥주공장만 갖고 있다. 크기가 맥주 발효조보다 더 커서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그래서 사실, 좋은 국산 보리를 구했다 하더라도 이를 맥주에 사용하려면, 맥아 가공시설을 따로 갖추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맥아 가공시설을 별도로 갖출 경우 설비 구입비용, 설비 설치 공간 확보 등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그래서 우리는 전량 맥아 상태로 수입한다. 물론 보리를 수입해 직접 맥아를 만들어 맥주를 만든다면 더 신선한 맥주를 만들게 되는 것이겠지만 생산량이 대형 맥주공장에 못미치는 우리로서는 맥아를 수입하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이다."

-데블스도어 센트럴시티점의 하루 맥주 판매량은?

"하루에 400~500 리터 판매한다. 이를 우리가 취급하는 맥주 잔(370 ml기준)으로 환산하면 1200잔 정도 판매한하는 셈이다."

데블스도어를 운영하는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데블스도어 4개점(센트럴시티점, 스타필드 하남점, 부산 센텀시티점, 제주 신화월드점)이 지난해까지 판매한 맥주는 총 162만 잔(370 ml기준)에 달한다.

데블스도어의 노출된 맥주 양조 설비들은 손님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맥주의 핵심 품질인 선도 유지는 어떻게?

"생산한 지 한달 지난 맥주는 거의 없다. 늦어도 1~2주, 빠르면 3~4일만에 판매가 완료되기 때문에 선도 유지는 빠른 맥주 회전율로 해결된다. 제주 데블스도어도 이곳에서 맥주를 만들어 보내지만, 한달에 두세번 나눠 보낸다. 한달치를 한꺼번에 보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선도는 문제 없다.

에일맥주의 품질은 홉이 좌우하기 때문에 홉 확보가 관건이다. 그런데 홉 구하기가 쉽지 않다. 가령, 미국에서 유명한 홉이 있다 쳐도 우리한테까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미국 수제맥주 시장에서 전량 소비되기 때문이다. 시장에 홉 재고가 없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홉을 확보하려면 2~3년 전부터 계약을 해야 한다. 미국 수제맥주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홉 같은 맥주 핵심 원료를 미국 현지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수입 3년 전부터 계속 계약을 맺고 있다."

-데블스도어 인테리어 콘셉트는?

"약간 폐공장 분위기를 내보자는 생각이었다. 내부 벽도 파벽처럼 다소 거칠게 마감돼 있다. 미국 브루클린 같은데 가보면 폐업한 공장을 개조해서 맥주공장이나 레스토랑을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도 이런 분위기를 내보고 싶었다.

데블스도어 입구쪽에서 들어오면 처음에는 어두운 느낌이다. 이 어두운 공간(전실)을 잠시 지나야 한다. 그 전실을 통과하면 공간이 확 뚫리면서 시야가 트인다. 이럴 경우 손님들이 시각적으로 '여기 인테리어 좋다'고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엄청난 크기의 맥주 탱크들이 줄지어 있는 걸 보면, '정말 맥주공장에 왔구나' 느끼도록 했다."

데블스도어 오진영 브루마스터는 "데블스도어 내부를 약간 폐공장 분위기를 내기 위해 내부 벽돌 질감을 거칠게 마감했다"고 말했다.

-수제맥주 시장이 더 성장하기 위한 개선책이 있다면?

"수제맥주 업계는 다양한 세미나 활동 등을 통해 시장을 키우기 위해 다같이 노력하고 있다. 이 시장이 커지기 위해 변해야 할 점은 딱 한가지, 주세법이다. 현재의 주세법으로 계속 가면 수제맥주 시장이 오래 지속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세법인 종가세의 경우, 개발비를 쏟아붓고 투자를 더 하면 주세를 더 내야 한다. 좋은 맥주 만들겠다고 원료도 좋은 걸 쓰고, 시설도 확장하면 세금 부담이 더 커지는 불합리한 구조다. 제품이 좋아질수록 세금 부담은 덩달아 커진다는 것이다.

외국은 그렇지 않다. 주세가 종가세가 아니라 종량세다. 생산량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어떤가? 같은 에일 맥주를 만들더라도 A업체는 세금을 1000원 내고 있고, B업체는 2000원, C업체는 200원 내고 있다. 설비, 재료비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설비를 전량 독일산을 쓰는데, 중국산보다 훨씬 비싸다. 그래서 중국산 설비를 쓰는 업체보다 우리는 세금을 몇배 더 낸다. 설비 구입비를 감가상각비로 처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건비도 마찬가지다. 고급 인력을 쓸수록 세금도 더 많아진다."

-데블스도어 맥주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지적이 있다.

"cc당 가격을 20원 정도로 책정하고 있다. 이곳 데블스도어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 엄청난 임대료를 내고 있다. 고액의 임대료도 주세에 반영돼 세금 부담이 더 커진다. 데블스도어는 최고의 입지, 최고의 설비, 최고의 인력을 자부하기 때문에 결국 그만큼 세금 부담이 커져 맥주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고급술 발전에 저해되는 종가세 때문이다. 주세법 바뀌면 당연히 가격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