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 2008년 4월 22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30여 명의 그룹 사장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다"며 경영 퇴진을 선언했습니다. 당시 삼성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를 의식,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경영 퇴진' 등 10가지 쇄신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당시에서도 가장 논란이 됐던 핵심 2가지는 아직 미제(未濟)로 남아 있습니다. 바로 금융 계열사 윤리경영과 1조원에 달하는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처리 문제입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 경영 퇴진, 아내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사퇴,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사퇴 등 인적 쇄신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다시 경영에 복귀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모두 물러난 상태입니다. 또 그룹 컨트롤타워인 전략기획실은 미래전략실로 부활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을 계기로 다시 폐지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70개가 넘는 순환출자 고리도 4개만 남아 있습니다.
삼성이 풀지 않은 숙제 중 하나는 금융 계열사 문제입니다. 당시 전·현직 임직원을 동원한 광범위한 차명계좌 관리에 비판 여론이 들끓자, "삼성생명, 증권, 화재 등 금융사에 대해서는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정도경영,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금융 계열사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사임했지만,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는지는 들리지 않습니다. 정도경영, 윤리경영이 철저하게 이뤄졌다면 최근 삼성증권 사태도 터지지 않았겠죠.
가장 큰 숙제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 처리 문제입니다. 당시 삼성은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내놓은 것은 없습니다. 그 사이 삼성전자 주식 등이 크게 올라 2조원을 넘겼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최근 삼성은 남은 순환 출자 고리를 조만간 끊겠다고 했고, 삼성전자서비스 직원 8000명의 직고용 전환도 발표했습니다. 변화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한국 재계 1위에 걸맞은 삼성의 혁신적 변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