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콘셉트카트 일라이 공개…상용화는 어려울듯 "일부 기술 적용 검토"
17일 스타필드 하남 이마트 트레이더스. 하얀색 둥글둥글한 모양의 카트가 미끄러지듯 매장 사이사이를 지나다녔다. 카트는 커피가 쌓여있는 매대 앞에서 멈춰 서더니 "찜한 상품에 도착했습니다"는 음성 메시지를 전했다. 이마트가 선보인 미래형 스마트카트 '일라이(eli)'다.
이마트는 이날 자율주행 스마트카트 일라이를 공개했다. 일라이는 이마트가 지난 1년간 기획하고 개발한 '콘셉트 카트'다. 이마트 관계자는 "콘셉트카처럼 양산과 관계없이 신기술과 디자인 등을 적용해 시연하고 점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일라이를 시연하는 모습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일라이는 언뜻 보면 유모차를 연상시킨다. 외관은 폭 68cm, 길이 117cm, 높이 112cm의 하얀색 상자형으로, 일반적인 쇼핑카트 손잡이 자리에는 터치스크린과 핸드폰 무선충전기, 수동 이동을 위한 다이얼이 배치돼 있다. 터치스크린으로는 기본적인 카트 조작은 물론 쇼핑 소요 시간과 혜택, 주차 위치 등 주요 쇼핑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물품 적재 공간은 2층으로 나누어져 있다. 최대 적재량은 70kg으로 넉넉하다.
일라이를 '스마트'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는 자율주행이다. 일라이 몸체 곳곳에는 센서와 3D카메라가 달려 있어 행인과 쌓여있는 물품을 감지해 이동한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음성인식으로 상품을 검색하면 물품이 위치한 곳으로 소비자를 안내하고, '팔로잉' 기능을 활용하면 소비자 뒤를 1.5~2m 거리에서 졸졸 따라온다.
바퀴에는 톱니를 연상시키는 '메카넘 휠'을 적용해 전후좌우 '문워크'하듯 자유롭게 이동한다. 전기 모터로 구동돼 소음도 없다. 속도는 최대 시속 10km, 일반적인 사용환경에선 사람 걸음보다 조금 느린 시속 2~3km 정도다. 일라이를 개발한 이마트 S-랩의 박태규 부장은 "시험 운영을 통해 최적의 이동 속도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S-랩은 이마트 내 디지털 기술 연구 조직이다.
일라이는 단순한 자율주행 카트를 넘어 결제 편의성도 더했다. 바코드 센서를 탑재해 상품을 고른 즉시 인식시킬 수 있다. 일라이는 무게 감지 센서를 활용해 바코드로 인식한 제품과 실제 카트에 실린 제품을 교차검증한다. 쇼핑을 끝내면 지금까지 바코드를 읽어낸 상품을 미리 등록한 카드나 신세계의 간편결제 'SSG페이'로 계산하면 된다. 카트 반납도 필요하지 않다. 사용이 끝나면 충전을 위해 스스로 이동한다. 방전된 상태에서 완충까지는 3시간이 소요된다. 최대 연속 사용 시간은 6~7시간이다.
이날 시연 현장에는 이마트와 함께 일라이를 개발한 스페인 로보닉(Robotnik)사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이들은 노트북을 들고 일라이의 뒤를 쫒으며 동선을 모니터링하기에 바빴다. 로보닉 관계자는 "일라이는 로봇 진공청소기처럼 스스로 매장 지도를 파악한다"며 "트레이더스 하남 뿐만 아니라 타 매장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매장 크기와 동선 등이 표준화 돼 있어 대부분 매장이 비슷한 모습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트레이더스는 소비자 동선과 제품 위치 등이 유사해 타 매장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쇼핑을 위해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찾은 시민들은 일라이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남양주에 거주하는 박성은(31)씨는 "디자인이 로봇 같아 매우 귀엽고 자동으로 움직이는 모습도 신기하다"며 "다만 매장이 붐빌 때 사용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일라이가 콘셉트카트로, 대중화를 장담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파가 몰리는 주말의 마트에서 일상적으로 활용하기엔 갈 길이 멀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날 일라이는 몇차례 음성인식에 실패하고 어색한 움직임을 보이는 등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다.
가격도 문제다. 유통업계는 일라이 제작에 대당 1억원 이상이 소요됐을 것으로 본다. 박태규 부장은 "콘셉트카트인 만큼 그대로 매장에 활용하긴 힘들겠지만, 일부 기술을 실제 카트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