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지방선거 앞두고 있어 금감원장 공백 장기화 가능성도

비관료 출신인 최흥식,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도덕성 문제로 한달새 잇따라 불명예 퇴진하면서 차기 금감원장 후보로 관료 출신이 부상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개혁을 위해 1999년 통합 금감원 출범 이후 첫 민간 출신인 최흥식 전 원장과 첫 정치인 출신인 김기식 전 원장을 연이어 기용했다. 하지만 이들이 부적절한 과거 행적으로 낙마하면서 금융개혁은 오히려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비관료 출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덕성과 전문성에서 강점을 지닌 관료 출신이 차기 금감원장에 기용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관료 출신의 개혁성향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갖고 있고, 심지어 적폐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어 관료 출신 등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 또한 강하다. 관료 출신이 기용되더라도 전문성보다는 문재인 정부와 이념적 성향이 같은 코드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장 공백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본다. 최근 한달새 두명의 금감원장이 도덕적 문제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후보 물색 등 검증 작업이 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남북정상회담과 6.13 지방선거도 변수로 거론된다. 한편 금감원 이날 유광열 수석 부원장의 원장 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연합뉴스

◇ 첫 비관료 출신 금감원장 잇따라 불명예 퇴진

최근 한 달 새 줄줄이 불명예 퇴진한 최흥식 전 원장과 김기식 전 원장의 공통점은 비관료 출신이라는 점이다. 지난 1999년 통합금감원 출범 후 원장 10명은 모두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 경제 관료 출신이었다.

지난해 9월 청와대는 최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사상 최초 민간출신 금감원장으로 임명했다. 지난해 파문이 일었던 금감원 채용비리 문제 등 금감원의 '고인 물'을 과감히 퍼내 금융감독당국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인사였다.

그러나 최 전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하나은행 채용 과정에서 친구의 아들을 천거한 의혹이 불거진 끝에 지난달 12일 취임 6개월여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퇴임후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최 전 원장의 뒤를 이어 지난 2일 취임한 김기식 전 원장도 제19대 국회의원 시절 당시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등의 각종 부적절한 행적이 드러나면서 불과 15일만에 사임했다. 김 전 원장은 지난 16일 국회의원 시절 '5000만원 셀프 기부'가 위법이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이 나오자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고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사표를 수리했다.

김 전 원장이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2016년 5월 19일 정치후원금에서 5000만원을 연구기금 명목으로 민주당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에 기부한 것을 위법으로 본 것이다. 선관위는 "국회의원이 비영리법인의 구성원으로 당해 단체의 정관 규약 또는 운영 관례상 의무에 기하여 종전의 범위를 벗어나 특별 회비 등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113조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김 전 원장은 역대 최단명(15일) 금감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문재인 정부가 금융개혁을 위해 비관료 출신을 금감원장에 앉혔지만 이들의 도덕성 결함으로 연이어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 관료 출신으로 눈돌릴까...금감원장 공백 장기화 가능성도

비관료 출신 금감원장이 연이어 낙마하면서 차기 금감원장에는 도덕성과 전문성에서 무난한 점수를 받는 관료 출신이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제 관료 출신을 뽑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면서 "가장 무난하고 탈이 없는 것은 관료이기 때문에 청와대에서도 이런 생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경제 관료 출신 후보로는 김주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행정고시 25회), 윤종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27회),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과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상 28회),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29회),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30회) 등이 거론된다.

비경제 관료 출신으로는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행정고시 22회)의 하마평이 또다시 나온다. 문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김 사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금감원장에 사실상 내정됐으나 비금융 전문가라는 비난에 직면하면서 임명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감사원 출신 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왕정홍 감사원 사무총장의 기용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관료들의 개혁의지에 대한 불신이 강하기 때문에 비관료 출신이 다시 낙점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김 전 원장 논란과 관련한 입장문에서 관료 출신을 임명하는 것에 대해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 했다.

비관료 출신 금감원장 후보군으로는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서울대 경영학과 객원교수)과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거론된다.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언급된다. 삼성 등 재벌개혁을 강조해온 개혁성향이 강하고 금융정책 및 제도를 연구해온 학자출신이라 전문성도 담보되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료 출신 금감원장 기용 가능성은 종전보다는 높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남북정상회담과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금감원장 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