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경제 부처의 A과장은 최근 퇴직한 선배들의 퇴직 날짜를 곰곰이 따져 '선배 리스트'를 만들었다. 17일부터 퇴직한 뒤 2년이 지나지 않은 선배와 사적으로 만날 경우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기준이 모호해 당분간은 선배들을 아예 만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17일 '공무원 행동 강령'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세종시 관가(官街)가 긴장하고 있다. 2016년 공무원에 대한 청탁을 금지하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데 이어 공무원의 행동 기준도 엄격해지는 것이다.

우선 퇴직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선배 공무원과 골프, 여행 등 사적으로 만날 경우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퇴직한 전관(前官)들이 대기업이나 대형 로펌 등에 취업해 친정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다. 다만 직무와 관련이 있는 퇴직 공무원만 신고 대상이다.

또 공무원은 액수와 상관없이 협찬을 요구하거나 채용, 승진, 전보 등 인사에 개입해선 안 되며, 배우자, 4촌 이내 친척 등이 임직원이나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는 회사가 직무와 관련된 경우 기관장에게 알려야 한다. 공무원 자신이나 배우자 등이 직무와 관련된 사람에게 돈을 빌리거나 부동산 거래를 할 때도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공무원들의 반응은 뜨악하다. 국장급 공무원 B씨는 "실제로 얼마나 지켜질지 모르겠다"고 했고, C 과장은 "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안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