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관세(關稅)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LG전자가 현재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LCD(액정표시장치) TV의 생산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행정부가 이달 초 중국산(産) 산업용 로봇, 전기차 등 1300여 종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전자업계의 주력 수출 품목인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은 목록에서 빠졌지만 삼성·LG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40인치대 LCD TV는 리스트에 올랐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가전 분야 주요 임원들이 모인 가운데 긴급 대책 회의를 가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미국 수출용 LCD TV는 수익성이 높지 않은 데다 25% 관세까지 붙으면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생산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해외 전자업체의 주문을 받아 ODM(제조자 개발생산) 방식으로 중국에서 TV를 생산 중인 LG전자도 비슷한 입장이다.

양사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TV 수량이 많지는 않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TV 판매량의 10% 안팎이다. 나머지 물량은 대부분 멕시코에서 생산한다. 미국·중국 간 관세 문제가 본격화할 경우 국내 전자업계의 글로벌 생산기지 간 본격적인 물량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도 미국과 중국의 관세 조치가 현실화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생산 중단을 비롯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