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는 12일(현지 시각) 대미(對美) 수출 '유정용 강관(OCTG)' 1위 업체인 넥스틸에 75.81%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2위인 세아제강과 기타 기업에는 6.75%를 매겼다. 넥스틸의 경우 지난해 10월 예비판정에서 받은 관세(46.37%)보다 29.44%포인트가 높아졌다. 당시 세아제강은 6.66%, 기타 업체 는 19.68%의 관세를 부과받았다.

미 상무부가 고율의 관세를 매기기 위해 꺼낸 것은 '불리한 가용정보(AFA)'라는 논리다. AFA는 기업이 자료 제출 등 조사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상무부가 자의적으로 고율의 관세를 산정하는 것이다.

넥스틸은 이번 결정에 대해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할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 47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올린 넥스틸은 매출 80%가 미국 수출에서 나오기 때문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최근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25% 추가 관세는 면제받았지만, 넥스틸의 경우 면제 효과는 완전히 사라졌다.

75% 반덤핑 관세 부과받은 넥스틸, 왜?

미 상무부는 "넥스틸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조사 절차를 지연시켰다"고 하면서 AFA를 적용했다.

넥스틸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효정 대표는 "비싼 미국 로펌 두 곳을 써서 1000페이지가 넘는 감사보고서를 미 상무부에 제출했는데 '미 세관 관세 담보용(US Customs Tariff Mortgage)'으로 지급보증서를 끊었다는 내용이 있다"며 "외부 번역회사에서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미 세관'이 빠지고 그냥 '관세 담보'로 됐는데, 이를 문제 삼아 불순한 의도가 있다며 AFA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번역회사에서 '의도적으로 뺀 것이 아니라 같은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에 한 것'이라는 확인서까지 제출했는데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2일 공개된 미 상무부 결정문에는 "넥스틸이 정확한 번역을 제공하는 데 실패해, 우리가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정보를 주지 않았다"고 언급돼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대표적인 강관수출업체인 넥스틸과 세아제강의 반덤핑관세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세아제강의 경우 미국에 공장이 있고, 넥스틸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조사 절차 지연' 등을 들고 있지만, 사실상은 '괘씸죄'에 걸렸다는 해석이다. 넥스틸은 2015년 미국의 관세 압박을 받기 시작한 이후 검토하고 있던 미국 공장 건설과 일부 라인 이전 추진을 서두를 계획이다.

"중소 중견 철강업체 도와달라"

한국무역협회 제현정 박사는 "최근 미 상무부는 AFA 조항을 '비정상적'이라고 할 만큼 폭넓게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협회 수입규제 통합지원센터에 따르면, 미국이 반덤핑 조사에서 AFA를 적용한 기업 수는 2013년 전까지 한 자릿수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40개 기업에 적용했다. 여기에다 AFA가 적용되면 상당히 높은 덤핑관세가 매겨진다. 지난해 AFA가 적용되지 않은 기업들의 평균 덤핑 관세는 20.1%인 반면, AFA가 적용된 기업들은 100%를 넘겼다.

철강업계에서는 "우리 정부가 특히 중견·중소 철강업체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25%를 한국 업체에 면제해주는 대신 수출을 과거의 70%로 줄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업체들은 당장 수출물량을 줄여야 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견 중소 철강업체는 미국 압박의 충격을 100% 고스란히 받고 있다"며 "업체가 미국 정부를 상대할 수는 없는 만큼 통상 협상을 하는 우리 정부가 철강 업계의 생존을 위해서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