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를 확보하라."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에 떨어진 지상 과제다. 코발트는 니켈과 구리를 생산할 때 부산물로 얻는 광물로,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사용되는 양극재의 핵심 연료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 원가의 10%를 차지한다. 핵심 소재지만 공급이 한정돼 있다 보니,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외국 기업과 합작법인 설립이나 광산 지분 투자 방식으로 코발트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코발트 확보 비상
전기차 배터리 생산회사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Huayou Cobalt)와 합작 생산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중국 저장성(浙江省)에 본사를 둔 화유코발트는 작년 정련(精鍊) 코발트 2만t을 생산한 세계 1위 업체다.
LG화학은 2020년까지 2394억원을 투자해 화유코발트와 전구체 및 양극재 합작 생산법인을 각각 설립하고, 운영에도 참여한다. 전구체는 양극재 제조를 위한 상위 공정으로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을 결합해 만든다. 전구체와 리튬을 결합해 양극재를 만들게 되고 이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가 된다. LG화학은 화유코발트(코발트 등 원재료)→합작 생산법인(전구체·양극재)→LG화학(배터리)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수급 체계를 갖춘다.
전구체 합작 생산법인은 중국 저장성 취저우시(市)에 설립되며 LG화학은 지분 49%를 확보한다. 양극재 합작 생산법인은 중국 장쑤성(江蘇省) 우시시(市)에 설립된다. 연간 전구체와 양극재를 4만t씩 생산한다. 이는 한 번 충전으로 320㎞를 가는 고성능 전기차 40만대에 들어갈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핵심 원재료에서 배터리까지 이어지는 수직 계열 체계를 구축하고, 원가 경쟁력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국내외 기업들도 가세
코발트를 대체할 광물 개발도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 때문에 국내외 기업들도 앞다퉈 코발트 공급사와 장기 계약을 추진하거나 광산 투자를 통해 코발트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안정적인 원료 확보를 위해 지난 2월 호주의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AM)사와 황산 코발트, 니켈에 대한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부터 AM사가 호주 퀸즐랜드에서 운영 중인 스코니(Sconi) 프로젝트에서 생산하는 황산 코발트 전량 1만2000t과 황산 니켈 6만t을 공급받는다. 포스코도 지난 1월 중국의 화유코발트와 전구체 및 양극재 생산법인 합작계약을 체결했다. LG상사는 최근 호주 코발트 광산업체인 코발트블루와 지분 투자계약을 맺었다. 코발트블루는 2016년 설립된 호주의 신생 광산개발회사로 태카링가 프로젝트에 따라 광산을 개발 중이다.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이나 자동차 메이커 BMW, 폴크스바겐 등 외국 기업들도 코발트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선점을 노리는 중국은 일찌감치 2000년대 초반부터 아프리카 자원탐사를 통해 코발트를 확보했다. 최근에도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콩고나 잠비아의 구리·코발트 광산 지분을 인수했다. 덕분에 싼값에 코발트를 공급받아 세계 정련 코발트 생산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코발트 가격 1년 새 178% 급등
코발트는 공급 부족 전망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2016년 말 t당 3만2900달러에서 지금은 9만1500달러로 178% 급등했다. 코발트 가격 급등은 전기차 시장 급성장으로 수요가 많이 늘어난 게 주된 원인이다. 코발트 전체 수요 중 전기차 배터리용 수요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는 올해 137만대에서 2020년 25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코발트 수요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62%로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코발트는 대부분 니켈과 구리의 부산물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공급은 한정되어 있다. 전 세계 코발트 매장량 절반을 차지하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정치 불안에 따른 수급 불안과 가격 급등에 따른 투기세력까지 가세해 가격을 끌어올렸다. 현대차투자증권은 "빠른 시일 내에 채굴량 증가가 이뤄지기 어렵고, 대체자원을 이용한 전기차 배터리 상용화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코발트 가격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