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선정 때마다 특혜시비를 불러온 현행 면세점 특허제도를 수정특허제, 등록제, 경매제 중 하나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된다. 세 방식 모두 현행 5년의 특허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5년의 특허기간이 사업의 지속성을 해친다는 면세업계의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매출 기반으로 산정하는 현 특허수수료 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면세점제도개선 태스크포스(이하 면세점TF)는 1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면세점 사업자 선정 제도개선 방안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면세점 선정 과정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면세점TF를 발족하고 현행 특허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 왔다.
이날 면세점TF가 밝힌 사업자 선정방식은 기존 특허제를 수정한 '수정 특허제', 수정 특허제를 기반으로 사업자의 시장 진입 자율성을 더한 '등록제를 가미한 특허제', 경매로 수수료율을 정하는 '부분적 경매제' 등 3가지다. 면세점TF 위원장을 맡아온 유창조 동국대학교 교수는 "수정특허제, 등록제, 경매제에 대해 오늘 공청회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2~3차례 회의를 통해 비교 평가한 후 최종안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 현행 5년 특허기간 10년 연장…부분적 등록·경매제도 고려
수정 특허제는 현행 특허제를 큰 틀에서 유지하는 한편, 기존 5년의 특허기간을 대기업은 1회, 중소·중견 사업자는 2회 갱신해 최대 15년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특허기간을 연장할 땐 업체의 자체평가보고서, 신규 5년 사업계획서 등을 특허심사위원회가 심사하고 큰 결격사유가 없다면 갱신을 허용해준다. 또 기존 제도하에서 특허 수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관광객 및 사업자 매출액이 일정 정도 증가할 때에만 신규 특허를 발급할 수 있도록 했다.
등록제를 가미한 특허제는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사업자가 면세사업에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허 수에 사전적인 제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경직성을 덜었다. 다만 완전한 자율 등록제는 과당경쟁을 촉발할 수 있는 만큼 1년 2차례 특허 신청을 받고 사업자의 적격성을 심사해 특허를 발급해 줄 계획이다.
부분적 경매제는 수정 특허제를 기반으로 특허 수수료율에 대해선 경매제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특허 수수료만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면 운영 능력을 심사할 수 없기에 기존 특허심사방식으로 60%의 배점을 주고, 사업자가 제시한 수수료에 따라 40%를 평가하기로 했다. 또 경매를 통해 특허를 획득했을 땐 특허의 양도 및 인수합병을 불허하기로 했다.
◇ 공청회 패널 간 의견 갈려… 유창조 위원장 "특허수수료 인하 불가"
이날 공청회에는 면세점TF 위원장인 유창조 동국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정재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 김도열 한국면세점협회 이사장, 김태훈 SM면세점 이사, 노용환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박상인 서울대학교 교수, 서영길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부회장, 정병웅 순천향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참석해 토론을 나눴다.
패널들이 지지하는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은 각양각색이었다. 면세업계측은 수정특허제를 강력히 지지했다. 김도열 이사장은 "등록제를 도입할 경우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외국계 사업자에게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며 "경매제는 자본력을 갖춘 업체에 유리해 독과점 구조를 고착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훈 이사는 "일정기준을 갖춘 사업자에게 자격을 부여한다는 등록제는 사실상 대기업에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라며 "중소·중견 업체 보호 육성을 위한 논의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노용환 교수는 현행 특허제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이유로 등록제를 지지했다. 그는 "등록제 도입으로 일부 과당경쟁이 있을 수는 있지만, 경쟁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며 "시장을 통해 공정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상인 교수는 면세사업자와 기획재정부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면세점은 정부가 관세와 소비세를 면제해줌으로써 형성된 시장으로, 국가가 소유한 무형의 자산을 분배하는 만큼 경매를 통해 효율적인 사업자에게 사업권을 분배하고 최대한의 재정수입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매제를 도입할 시 적정 특허수수료에 대한 논란도 사라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면세업계 관계자들은 면세점TF가 특허기간 연장 외에 특허수수료 인하안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유창조 위원장은 현행 특허수수료제도의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그는 "적정수수료를 산출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어떤 의견을 제시한다 해도 특허수수료 변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