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800가구짜리 단지마다 매물이 1~2개씩뿐이고, 사려는 문의도 거의 없습니다."(서울 마포구 드림공인중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重課)가 이달 1일 시작되면서, 서울 주택 시장에서 이른바 '거래 절벽'이 벌어지고 있다. 양도세 중과를 피해 지난달 말까지 집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발(發) 할인 매물'이 사라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8일 서초구 잠원동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총 1572가구 규모인 이 지역 신반포2차 아파트는 이달 들어 일주일간 딱 한 건 거래됐다. 전용면적 107㎡(35평형) 아파트가 20억원에 팔린 것. 이 집주인이 다른 매물보다 가격을 2억원 낮게 불러 거래가 이뤄졌다. 이전까지 신고된 최종 거래 가격(19억원·1월)보다는 여전히 1억원 비싸다. 나머지 매물 4~5개는 21억5000만~22억원을 고수하고 있다고 현지 중개업자들이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전용 76㎡ 호가가 연초 16억5000만원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15억원까지 내려왔지만, 매수자들은 14억원대를 요구하면서 거래가 소강상태다. 강북 인기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마포구 공덕래미안 3·4·5차는 총 2000여가구에 매물이 5가구 안팎에 그친다.

지난 8일 서울 잠실의 한 중개업소에 ‘급매’ 게시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달 들어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도인과 매수인 간 희망 가격 격차가 커 아파트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거래 절벽’이 나타나고 있다.

거래 절벽은 지난달까지 다주택자가 싸게 내놨던 매물이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지난달 은마아파트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은 올 초 대비 1억~3억원 싼 값에 거래됐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올해 들어 3월까지 매달 해당 월(月)의 사상 최대 거래량을 갱신했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양도세 중과를 의식한 다주택자들이 4월 이전에 다 처분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잠원동 강철수공인중개 측은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시세보다 다소 싸게 나왔던 물건은 이제 시장에서 대부분 철회됐다"며 "'3월 가격 정도면 사겠다'는 대기 수요는 여전히 있지만, 집주인이 값을 쉽게 낮추지 않는다"고 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은 "올 초의 단기 급등과 양도세 중과 등이 겹치면서 당분간 매도·매수자 간 힘겨루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청약 대박 행진 등으로 미뤄봤을 때 '조금만 내리면 사겠다'는 실수요자가 상당한 것으로 보여, 가격이 크게 내릴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