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우리 수출에서 17% 차지, 설비투자 비중은 20%

세계 반도체시장의 호황 국면이 마무리될 경우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어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8일 한국은행은 ‘세계 반도체시장의 호황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은 생산설비 확충과 같은 물적 자본 투자에 크게 의존하는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돼 있는데,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 국면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마이크로컴포넌트, 센서류 등 비(非)메모리 반도체에 투자를 확대하고 핵심 설계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2016년 2분기 이후 지난해 말까지 6분기 연속 상승하고 있고, 매 분기 매출액은 7.3%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자동차·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로봇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의 기초부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도체시장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가 반도체시장에서 선전하면서 반도체시장 호황은 우리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4.6%로 1위고, 인텔(13.8%), SK하이닉스(6.3%)가 그 뒤를 이었다.

반도체 업종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2017년 기준), 설비투자에 차지하는 비중은 20%다. 반도체시장 호황이 우리 경제의 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를 이끌던 반도체 산업 호황이 더 이어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D램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은 내년 하반기 이후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경쟁 업체들이 생산시설을 확충하면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PC,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뿐 아니라 IoT 관련 센서,통신 수요가 증가하면서 비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창기 한은 차장은 “국내 업체들이 호황기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경기 변동에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