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안성의 사례를 지켜보며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우리 경동시장에 젊은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습니다."

오광수 서울 경동시장 상인회장은 5일 이마트 노브랜드 경동시장점 개장 간담회에서 "최근 시장 상인도 소비자도 노령화되면서 활기가 사라졌다. 이번 기회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시장이 되길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마트는 이날 서울시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다섯번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열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기업형슈퍼마켓(SSM) 노브랜드가 전통시장과의 협의를 통해 시장 내에 입점한 매장을 일컫는다. 전통시장의 부족한 공산품 구색을 더하고 젊은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016년 8월 충남 당진전통시장에 첫선을 보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서울 내에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들어선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5호점.

경동시장은 1960년 문을 연 58년 역사의 대표 재래시장이다. 인근 청량리시장과 함께 농·수·축산, 한약재, 제수용품, 건어물, 젓갈 등을 취급하고 있다. 경동시장은 1980년 시장 근대화 사업을 거치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후 쇠락했다. 현재는 유동 인구 55%가 60세 이상일 만큼 젊은층의 발길이 뜸해지고 공실률도 60%에 이른다.

경동시장 상인들은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이마트에 상생스토어 유치를 제안했다. 이후 8개월간 2000여명의 시장상인들을 설득해 들어선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시장 주력 제품인 채소, 과일, 건어물, 수산 제품 대신 휴지, 전자제품, 과자, 냉동식품 등 공산품에 집중했다. 영업시간도 시장 운영시각에 맞춰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정했다.

이마트는 상생스토어가 들어선 경동시장 신관 2층에 스타벅스 재능기부카페인 '카페숲', 동대문구 작은도서관, 어린이희망놀이터 등을 마련했다. 쇼핑 도중 아이를 맡기거나 차를 마시고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소비자 체류시간 증대가 기대된다.

이날 노브랜드 점포는 개장 첫날임에도 시장 상인과 소비자로 붐볐다. 경동시장에서 20년간 채소 가게를 운영중인 이혜정씨는 "도매상인으로서는 노브랜드가 신선식품을 판매해도 큰 상관이 없다"며 "하루 절반 이상을 시장에서 보내는 입장에서 휴지, 생수 등 공산품을 가까운 곳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상생스토어가 위치한 경동시장 본관 2층에서 영업중인 29개 인삼·패션 매장의 인테리어를 바꾸고, 소비자가 이들 매장을 거쳐 노브랜드 점포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동선을 조정했다. 경동시장 본관에서 1982년부터 인삼과 건강식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김병자(53)씨는 "80년대 중반까진 시장이 활황이었지만 최근엔 저녁 6시면 을씨년스러워진다"며 "노브랜드를 찾은 소비자들이 건강식품을 함께 구매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경동시장점 내부. 이마트는 시장 주력 상품인 신선식품 대신 공산품 판매에 주력해 전통시장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노브랜드는 전통시장 인근 출점 규제로 SSM 신규 개점이 멈춘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출점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8월 첫 점포를 낸 노브랜드 점포수는 현재 110개에 이른다. 노브랜드를 포함한 SSM은 유통산업발전법상 준대규모점포로 분류돼 전통시장 인근 출점이 제한돼 있다. 대형마트와 같이 월 2회 의무 휴업을 비롯한 유통 규제를 따르고 있기도 하다.

상생스토어는 출점규제 속 SSM의 새로운 성장방식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신선식품 등 전통시장 주력 품목을 들여놓지 않아 시장 상인들의 영업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젊은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실제 2016년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1호점이 들어선 당진전통시장은 공용주차장 월평균 이용자 수가 2015년 2153대에서 2017년 5019대로 두배 이상 늘었다. 안성맞춤시장은 시장 내 마트 일평균 방문객이 노브랜드 개점 전 550여명에서 700여명으로 30%가량 늘었다.

이주희 이마트 지원본부장(부사장)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와 전통시장의 시너지효과가 확인된 만큼 올해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5곳 추가 출점해 10호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