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황우석 사태 이후 규제로 줄기세포 연구에 발이 묶인 사이 일본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며 줄기세포 강국으로 성장했다. iPS세포는 성인의 피부 세포를 유전자 조작으로 시간을 거꾸로 돌려 마치 배아 단계로 되돌아간 상태처럼 유도해서 만드는 줄기세포다. 하나의 생명체로 자라는 수정란을 파괴하지 않고도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환자와 유전자가 같아 면역 거부 반응도 없다는 장점도 있다.

일본은 2006년 세계 최초로 iPS세포를 개발하며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사람을 대상으로 iPS세포 치료제의 임상시험도 시작됐다. 지난 2014년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iPS 세포로 망막 세포를 만들어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2016년에는 오사카대 연구팀이 iPS 세포로 각막세포를 만들었다. 올해부터는 교토대 연구팀이 iPS 세포를 이용해 파킨슨병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제약업계에서도 빠르게 기술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다이닛폰스미토모제약은 지난달 1일 오사카에 iPS세포 제조공장을 완공했다고 발표했다. iPS세포에서 유래한 신약을 생산하는 시설을 세운 건 세계에서 처음이다. 이 공장에서는 향후 노인성 황반 변성, 파킨슨병 등 4가지 난치병을 치료할 iPS세포를 생산할 예정이다. 다이이치산쿄는 역시 iPS세포로 심장의 근육을 재생할 수 있는 심근시트 개발에 착수했다. 바이오벤처 메가카리온은 지난해 8월 iPS세포로 혈소판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후지필름은 이미 iPS세포로 인공피부를 개발했으며, 현재는 인공장기를 개발하고 있다.

정부도 지원에 적극적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iPS세포 개발 공로로 2012년 노벨상을 받자 10년간 1조원이 넘는 연구비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4년 줄기세포 관련 규제를 철폐해 iPS세포 상용화 길을 터줬다. 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임상시험 초기(1~2상)가 끝나고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사용 승인 허가를 먼저 해주고, 치료 과정을 보면서 부작용 여부를 감시·관리한다는 내용이다. 사용 시기를 1~3년 앞당기고, 개발 비용을 최대 수백억원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