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광물자원공사(광물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광해공단) 통합을 추진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올해 내로 광업공단법(가칭)을 제정한다. 다음달부터 통합기관 설립 추진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통합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광해공단이 통합을 주도한다는 방침도 세웠지만, 광해공단 노조가 기관 통합에 격렬히 반대하고 나선 터라 실제 통합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제6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이 단김 산업부의 '광물공사 기능조정 세부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지난 8일 제4차 공운위에서 '광물자원공사 진단 및 처리방향'에 대해 보고한 바 있으며, 공운위 권고에 따라 정책 자문단 논의 및 공개토론회 등을 고쳐 세부적인 내용을 조정했다.
◇ 올해 '광업공단법' 제정해 광물공사·광해공단 통합
산업부는 우선 올해 안으로 법을 개정해 광물공사를 폐지할 계획이다. 광물공사과 광해공단 설립 근거가 담긴 광물공사법과 광해방지법은 폐지하고, 광업공단법을 제정한다. 이를 통해 광물공사의 자산과 부채, 잔존 기능은 광해공단으로 이관하고 두 공사를 통합한 '한국광업공단'을 신설한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5조원 이상의 부채를 가진 광물공사를 통합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손실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광물공사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펼친다며 약 47억 달러를 투자했다 19억 달러 손실을 봐 2016년부터 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 5일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는 광물공사가 더이상 존속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광해공단 등 유관기관과 통합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산업부는 "광물공사를 현 체제로 존속시키는 것은 지속적인 자본잠식 확대와 유동성 위험을 감안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공사를 즉시 청산하는 것은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 확대, 공적 기능 및 고용 유지 등 문제가 있어 통합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부는 "광해공단의 순자산은 1조2000억원이고, 금융부채는 3000억원으로 적고, 배당수익에 따른 현금 흐름도 안정적이라 광물공사와 통합하더라도 중기적인 유동성 위험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통합기관 신설시 광물공사의 취약한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고, 광물공사의 광업 탐사 및 개발 기능과 광해공단의 폐광지역 지원 기능이 합쳐져 '전주기 광업 프로세스' 구축이 가능하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산업부는 또 강원랜드 대주주인 광해공단이 갖고 있는 1조원 이상의 주식과 여유자금을 활용해 광물공사의 빚을 갚겠다는 계획이다. 2016년 기준 광해공단은 강원랜드 지분 36.27%를 보유하고 있다.
광물공사의 해외자원개발 직접 투자 기능을 폐지하고 민간 자원개발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볼레오나 암바토비 등 광물공사가 가진 해외자산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탁해 '전부 매각'을 원칙으로 정리한다. 자산 매각시한은 따로 정하지 않아 일부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있는 자산의 경우 매각 시기를 늦출 수 있다.
◇ 광해공단 주도로 통합한다지만...광해공단·광물공사 노조 결사 반대 '가시밭길'
산업부는 광물공사와 광해공단 인력을 그대로 통합기관으로 승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통합기관 설립 후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해외자산이 모두 매각되는 시점까지 명예퇴직을 신청 받는 등 단계적으로 인력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통합은 광해공단이 주도할 예정이라 광물공사 인력의 대규모 실직 발생 가능성도 있다.
광물공사 노조는 당장 일자리가 걱정이라는 반응이다. 노조는 "무리한 자원개발 투자를 종용하고 파산 직전에 이르게 한 낙하산 인사와 정부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부실의 책임을 모두 공사 노동자들이 져야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고 반발했다.
광해공단 노조는 기관 통합에 반대한다며 통합 추진을 막겠다고 나섰다. 이날 광해공단 노조는 공운위가 열린 서울지방조달청 앞에서 삭발식까지 벌이며 항의했다. 광해공단 노조는 폐광지역 시민단체와 연계해 통합을 저지하기 위한 집단 행동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광해공단 노조는 "통합 논의 과정에서 노조 등 구성원들은 철저히 배제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통합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광물공사와 광해공단 통합 결정으로 한구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도 통폐합으로 처리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는 당초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구조조정 방안을 이달말까지 발표할 방침이었지만, 기능 조정 및 부채 상환 계획 등 논의할 과제가 많아지면서 오는 6월로 발표 시점을 연기했다.
광물공사와 광해공단 통합 과정을 살펴보면서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구조조정 방향도 수정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공사는 부채 비율 등에서 광물공사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가스공사에 흡수되는 방식의 권고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석유공사의 부채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17조9770억원 수준이다. 부채비율의 경우 2008년 7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529%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