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랑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죠. 불 꺼진 아파트요? 요즘은 매매든 전세든 매물만 나오면 거래가 됩니다."

지난 20일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상가. 평일 오후임에도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매매·전세 상담을 하는 손님이 적지 않았다. 공인중개사 김모(50)씨는 "서류만 확인되면 집주인 얼굴도 보지 않고 가계약금을 보내 분양권을 사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9시 동탄2신도시 A45 블록 'e편한세상 동탄'을 찾아가니 한 동(棟)에 절반 이상 가구에 불이 켜져 있었다. 입주 시작 한 달여 만에 입주율 70%를 넘어섰다. 장우현 대림산업 부장은 "입주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했다. 그는 "동탄 지역 과잉 공급 우려 때문에 연초에 전세금이 약세를 보였지만, 막상 입주가 시작되자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신도시 새 아파트를 사들이려는 수요자들로 매물이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웃돈 8000만원, 달라진 동탄2신도시

수도권에서 주택 공급과잉 우려의 '진앙(震央)'으로 꼽히던 동탄2신도시의 분위기가 급반전하고 있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매매·전세 시세도 반등에 성공했다. 분양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던 '마이너스 프리미엄'은 자취를 감췄고, 분양권에 최고 8000만원의 웃돈이 붙은 단지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수요자들이 과거 판교·광교신도시 사례를 떠올리면서 주거 인프라가 잘 갖춰진 신도시 집값은 반드시 오른다는 확신을 갖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동탄2신도시 남단 끝자락에 있는 장지동 '동탄 자이파밀리에'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이달 들어 4억701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3월 실거래가(3억5700만원)와 비교하면 1년 사이 14% 올랐다. 인근 '제일풍경채 에듀앤파크'는 2월만 해도 시세가 분양가보다 2000만원이나 밑돌았지만, 최근엔 웃돈이 1000만원 정도 붙었다. 한국감정원이 이달 19일 조사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동탄2신도시가 있는 화성은 0.28% 올라 경기도 평균(0.05%)을 훨씬 웃돌았다. 경기도에서 화성보다 아파트값 상승률이 높은 지역은 서울 강남과 인접한 성남(0.5%)과 하남(0.37%)뿐이었다.

동탄2신도시 전세금 시세도 빠르게 회복 중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의 조은상 실장은 "동탄2신도시는 인근 베드타운인 수원 영통이나 용인보다 전세금이 1억원 정도 저렴하기 때문에 새 집을 선호하는 신혼부부가 많이 찾는다"며 "동탄에 올해 입주 물량이 많긴 하지만,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와 동탄테크노밸리 등 개발 호재가 많아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남부 '입주 물량' 부담 여전

동탄2신도시와 달리 경기 남부권 인근 지역은 공급과잉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평택, 안성, 오산을 비롯해 화성에서도 동탄 외 지역은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전세물건이 쌓이고 집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안성은 올해에만 아파트 매매가격이 3% 가까이 내렸다. 지난해 1722가구이던 입주 아파트가 올해 5045가구로 급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토부는 올 2분기 수도권에 입주 예정인 아파트가 총 5만4323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 늘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등 배후 수요가 탄탄한 수원 영통 등도 영향을 받고 있다. 영통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승기 공인중개사는 "신혼부부 수요가 대거 동탄2신도시 등 새 아파트로 빠져나가면서 영통 지역 아파트 매매·전세 시세가 2000만원 정도 내렸다"며 "평소엔 전세 물건이 3~4건 정도였는데, 지금은 20건 넘게 쌓여 있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수도권 새 아파트 단지도 입지와 미래가치에 따라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