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하루만에 상승 전환에 성공했지만 업종별로 들여다보면 희비가 엇갈린 하루였다. 제약·바이오 섹터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촉진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소식에 훨훨 날았지만, 운송장비 업종은 외국인과 기관의 '팔자' 행렬에 흔들렸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불안 심리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시 신중한 접근을 권했다.
2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71%(17.08포인트) 상승한 2436.37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2709억원 순매도했지만 기관과 개인이 각각 342억원, 2244억원 순매수에 나서면서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77%(15.02포인트) 오른 865.99에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기관 홀로 694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167억원, 351억원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 의약품주 웃고, 자동차주 울고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상승폭을 키웠다. 종일 강세를 나타낸 코스닥지수도 장 후반부에 상승률을 더 끌어올렸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가 국무원의 증치세(부가가치세) 인하 소식에 상승 전환한 것이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국무원은 오는 5월부터 제조업, 교통운수, 건축, 통신 인프라 등에 적용하는 증치세 세율을 인하한다.
지수는 웃었지만 모든 업종이 함께 웃진 못했다. 코스피 업종 중에서는 의약품이 5.51%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운수창고, 전기가스, 증권, 유통 등도 전날 대비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반면 운송장비와 기계, 섬유·의복 등은 약세를 보였다.
특히 운송장비주 가운데 현대차 그룹주는 전날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의 여파로 대부분 하락 마감했다. 현대차(005380)가 8000원(5.28%) 떨어진 14만3500원에 장을 마쳤고, 현대모비스(012330)는 7500원(2.87%) 내려간 25만40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기아차도 3% 이상 하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운송장비 업종을 각각 952억원, 529억원 팔아치웠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글로비스(086280)만 유일하게 올랐다. 이날 이 회사 주가는 8500원(4.9%) 상승한 18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가 A/S라는 신규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사업을 얻게 됐다"며 "단기적으로 강한 주가 모멘텀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운송장비를 털어낸 대신 나란히 의약품 업종을 사들였다. 덕분에 셀트리온(068270)이 9%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도 4.52% 올랐다. 파미셀(005690), 한올바이오파마(009420), 보령제약, 유한양행(000100)등도 전날대비 3% 이상 상승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스캇 고틀리브 FDA 국장이 CNBC 콘퍼런스에 참석해 바이오시밀러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서서히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게 제약업종의 차별적 강세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 "미중 무역분쟁 불씨 여전"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치는 미국 경기지표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시장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날 미국은 2017년 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확정치를 2.9%로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이다. 개인 소비지출도 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의 확장세는 확인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로 주식시장의 불안심리는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는 중국 기업의 미국 기술기업 인수를 막기 위해 긴급경제권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연구원은 "당분간 위험선호 후퇴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리밸런싱)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투자정보팀장도 "미국 증시의 급락세는 진정되고 있으나 여전히 불안심리는 남아있다"며 "변동성 확대 리스크에 대비하면서 종목별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