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와 수소전기차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한 번 충전으로 일주일을 주행할 수 있는 수소전기차를 타겠습니다."
지난 1월 '2018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전시장. 취재진과 만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순수 전기차가 대세로 굳어진 상황에 왜 수소전기차 개발을 고집하느냐'는 다소 공격적인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정 부회장은 "전기차는 전고체 배터리를 사용해도 한 번 충전으로 1000km를 주행하기 어렵지만, 수소전기차는 가능하다"며 "수소전기차도 충분히 전기차와 함께 미래 친환경차의 양대 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의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에는 수소전기차 넥쏘가 자리잡고 있다. 넥쏘는 현대차가 사활을 걸고 개발 중인 미래차 기술의 총집합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분간 1회 충전시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609km로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중인 수소전기차 가운데 가장 길다. 지난 2013년 나온 현대차의 1세대 모델인 투싼 수소전기차의 415km에 비해서도 40% 이상 향상됐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들의 주행거리가 300km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넥쏘는 주행거리가 두배 가량 길다.
◇ 대통령도 놀란 넥쏘 자율주행기술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넥쏘 자율주행차를 타면서 "놀랍다, 신기하다"라는 말을 연발했다고 한다. 현대차는 이날 문 대통령 시승에 사용된 차가 4단계 자율주행차(Level4 High Automation)라고 했다. 4단계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정해진 조건에서 운전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모든 상황에서 차량의 속도와 방향을 통제하는 수준의 기술이다.
예컨대 앞차가 굼뜬 움직임을 보이면 넥쏘 자율주행차는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바꾼다. 오른쪽 차선에 버스나 대형트럭이 주행하면 왼쪽 차선으로 살짝 붙는다. 운전자나 동승자의 생각에 앞서 차가 먼저 반응하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자율주행차 시승 후 "천천히 조심스럽게 운행될 줄 알았는데 차선도 바꾸고 도로 흐름에 맞게 빠르게 운전하는 모습이 아주 놀라웠다"며 "오는 2022년에는 전국의 고속도로와 스마트도로 등에서 자율주행차가 운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자율주행 기술의 최대 강점은 양산차 기술이다. 실제 문 대통령이 탄 넥쏘 자율주행차는 일반 양산차와 겉으로 보기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 범퍼 좌우에 4개의 양산형 라이다(레이저 레이더)가, 차량 내 룸미러 옆에 4개의 카메라가 장착된 정도였다.
여기에 기존 양산차에 들어가 있는 고속도로 '주행보조시스템(HDA)'과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LFA)',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시스템(RSPA)' 등 첨단 안전·편의사양이 합쳐져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권형근 현대차 지능형안전연구팀장은 "현대차의 경우 양산형 차에 최소한의 자율주행 장치를 부착해 운행했다는 점에서 다른 회사와는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 신차에 자율주행 기술 대거 접목
현대차와 기아차가 올해 출시한 벨로스터, 싼타페, 넥쏘, K3, K9 등의 신차에는 미래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의 근간이 될 첨단 신기술들이 대거 탑재됐다. 현대·기아차의 미래차 신기술 콘셉트는 인간 배려, 사용자 중심을 뜻하는 '캄테크(Calm-Tech)'다.
캄테크는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센서와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 등이 자연스럽게 작동해 편의를 제공해주는 인간 배려 기술이다. 정 부회장은 "미래차 관련 기술이 중요하지만 결국 보여주기 위한 기술이 아닌 사람을 위한 기술이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출시된 신형 벨로스터에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재생 중인 음악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사운드하운드'가 국내 최초로 탑재됐다. 또 인공지능(AI) 플랫폼 '카카오 I'의 음성인식 서버를 활용한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해 내비게이션의 검색 편의성과 정확성을 높였다.
넥쏘와 싼타페, K9에는 사고를 능동적으로 예방해주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및 전방 충돌 경고 장치, 차로 이탈방지 보조와 차로 이탈 경고 장치, 운전자 주의 경고(DAW) 장치, 하이빔 보조(HBA) 등 다양한 지능형 주행안전 기술(ADAS)을 기본 적용했다. 이를 통해 전방 차량과의 충돌 상황이 예상되거나 차량이 차선을 이탈하면, 경고에 이어 차량이 직접 조향 및 제동하게 된다.
특히 넥쏘에는 현대차 최초로 주차와 출차를 자동으로 지원해주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RSPA)' 장치가 포함됐다. 이 같은 기술들이 모두 작동하면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올 뉴 K3 역시 준중형 세단으로는 처음으로 소비자 가장 선호하는 안전장치인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장치를 전 트림에 기본 적용했다.
현대차는 향후 수년간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 자율주행 전문 기업인 오로라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2021년까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스마트시티 내에서 우선적으로 구현해 상용화한다는 '신 자율주행 상용화 로드맵'을 공개했다.
크리스 엄슨 오로라 CEO(최고경영자)는 "현대차는 자동차 기술력뿐 아니라 디자인, 안전 기술, 생산 능력 면에서 글로벌 리더"라며 "현대차와 함께 자율주행 플랫폼 기술을 연구·개발하면서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