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투자운용은 공공기관과 민간이 협력해 리츠(REITs·부동산 투자 전문 펀드)에 투자하는 새로운 분야를 혁신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리츠는 원래 민간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국내외 사무실·상가 등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 수입, 매각 차익, 개발 수익을 배분하는 간접 투자 상품이다. 서울투자운용의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점에서는 민간 리츠와 구조가 같다.

그러나 일반적인 민간 리츠와 달리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공공성을 더 우선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이는 공공 부문이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민간 투자자에 비해 요구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서울투자운용의 리츠는 민간 투자자 위주의 리츠보다 공공성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투자운용은 2016년 6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5개 민간 금융기관이 100억원을 출자하여 설립한 회사다. 서울시와 SH공사가 추진하는 임대주택 사업 등을 리츠 자산으로 삼아 운용한다. SH공사(지분 35.1%)가 주도하는 가운데 민간에서는 전략적 투자자 역할로 우리은행·한화손해보험·더케이손해보험·신한은행·신한금융투자가 참여했다.

작년 6월 SH공사가 ‘서울리츠’ 2호를 통해 공급하는 행복주택 청약접수 현장에서 한 방문자가 태블릿 PC 로 임대주택 계약서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투자운용은 서울리츠가 젊은 층이 많이 입주하는 임대주택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부동산 거래 전자 계약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주변 시세의 60~80%로 임대주택 공급

서울투자운용의 주요 사업은 '서울리츠'다. 서울리츠가 서울투자운용에 임대주택의 자산 관리·운영을 위탁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현재까지 서울리츠 1~3호와 서울사회주택리츠를 만들었고, 올 상반기 서울리츠 4호 영업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1~3호와 추진 중인 4호까지 모두 리츠의 유형과 특징이 다르다.

서울리츠 1호의 경우 우리나라 최초의 공공 토지 임대 리츠다. SH공사가 서울 은평구와 양천구에 보유한 4개 부지를 리츠가 장기 임차해,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한다. SH공사가 갖고 있는 땅에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땅값을 들이지 않고 건물을 지어 공급할 수 있어 임대료를 낮출 수 있다. 총 1598가구로 올 하반기부터 거주자를 모집한다. 아파트 규모는 전용면적 22~44㎡ 안팎이다.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에게 주변 시세의 60~80% 안팎의 비용으로 최대 6~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공급한다.

서울리츠 2호는 서울시 주택 재개발 사업의 임대주택 중 서울시가 매입하고 남은 물량을 매입해 행복주택으로 공급한다. 작년 말 사업을 시작해 서울 서대문·강북·성북·종로구 일대의 7개 단지 580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올 상반기에 추가로 시내 5개 지역의 350가구에 대해 모집 공고를 낼 계획이다. 서울리츠 3호는 강일지구와 세곡지구에 있는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장기 전세주택 총 2450가구를 매입해 공급하는 공공 임대 주택 사업이다. 올 상반기 영업인가 신청을 앞둔 서울리츠 4호는 관악구의 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정비사업 연계형 재건축 사업이다.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재건축 진행이 지체되고 있는 사업장에 SH공사가 공동 시행자로 참여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리츠 4호가 일반 분양분을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전부 사들여서 8년간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수도권으로 영역 확대"

서울투자운용은 사회주택리츠라는 새로운 민간자원 연계를 통한 사업모델 확대에도 도전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마포구 성산동에서 첫 사업을 추진한다. 사회주택리츠는 기본 구조는 기존 서울리츠와 유사하지만 관리 주체가 SH공사가 아니라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이라는 점이 다르다. 임대주택을 확보하면 비영리법인, 협동조합 같은 민간 사업자에게 사업권을 주는 방식이 핵심이다. 자본을 대고, 건물을 짓고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등 전 과정에 민간 사업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서울투자운용 등 공공기관은 이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한다. 크게 서울시 땅을 활용한 신축형, 재건축형(리모델링) 사업과 고시원, 모텔 등과 같은 비주택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매입형 사업이 있다. 사회주택리츠는 저소득 청년 등 주거 약자를 대상으로 임대료를 시세의 80%로 하고 임대 기간을 최장 10년으로 하여 공공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서울투자운용은 향후 서울시뿐만 아니라 수도권까지 사업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최근 경기도시공사가 추진 중인 제1호 공공 임대 리츠의 자산관리회사로 선정됐다.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 1612가구를 짓고 10년짜리 공공 임대주택 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서울투자운용 관계자는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와 협업해 올해 공공 임대주택 2000가구 이상을 공급하고 복합개발 리츠 등 새로운 사업도 발굴할 것"이라며 "앞으로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 공익성을 갖춘 도시 재생 사업을 이끄는 한 축으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