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은 549개 기업의 주주총회가 열린, 이른바 '수퍼 주총데이'였다. 올해 수퍼 주총데이에선 하나금융그룹의 김정태 회장 3연임 성공 여부, KB금융지주의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여부, 삼성전자 주식 액면 분할 등이 관심을 모았다.

김정태 회장 3연임 성공

금융권에선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의 3연임 여부가 주목을 받았다. 3연임을 놓고 금융 당국과 갈등을 빚기도 했고 하나금융 노조와 일부 의결권 자문사가 연임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김 회장은 84.6%의 찬성률로 3연임에 성공했다. 7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의 지지 덕분이었다. 하지만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현재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 특별검사단의 검사를 동시에 받고 있어, 김 회장의 앞날은 여전히 험로(險路)가 될 전망이다.

KB금융 주총장에서는 윤종규 회장이 채용 비리 의혹 건으로 주주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윤 회장은 "채용 비리에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의사봉을 들고 있는 것이 타당하냐"는 노조 관계자의 지적을 받고 "논란에 휘말려 송구하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친인척 등 3건의 채용 비리 의혹 사례가 발견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관심을 끌었던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안은 찬성률이 4.23%에 그치면서 부결됐다.

비자금 조성과 채용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박인규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대구은행장직에서 사퇴하고 지주회장직은 상반기 중 거취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미래 걱정 목소리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중국 시장에서 한 자릿수 점유율에 머무르는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주주들의 걱정 어린 질의가 이어졌다. 김기남 반도체·부품 부문 사장은 "(중국 기업들의) 단기간 대규모 투자만으로는 반도체 기술 격차를 줄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고동진 스마트폰 부문 사장은 "지난 1년 동안 중국 사업 책임자도 교체하고 조직도 간소화했다"면서 "최근 갤럭시S8, 갤럭시S9 같은 고가 제품들은 중국에서 거의 두 자릿수로 (점유율이) 성장하며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50대1로 액면 분할하는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됐다. 액면 분할된 신주는 5월 4일부터 증시에서 거래가 시작된다. 삼성전자는 작년 5조8000억원 규모였던 배당금을 올해는 9조6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롯데 신동빈 회장, 이사로 재선임

롯데그룹 주총에서는 수감 중인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과 롯데제과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지난 19일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핵심 계열사 3곳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모두 성공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13일 국정 농단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반면 신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구속 수감)은 이날 롯데건설 이사직에서 물러났고, 롯데쇼핑 이사로도 재선임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