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을 4월말까지 일시적으로 면제했다. 철강 관세를 지렛대로 삼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자동차 등 미국측의 요구사항을 관철한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국 통상 당국도 완전 면제가 아닌 일시적인 유예만을 얻어낸 상태라 공식적인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다. 향후 한·미 FTA 개정 협상의 최종 성적표를 모두 뜯어봐야 이번 철강 관세 협상 성과를 판단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3일 "한국에 대한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가 4월 말까지 잠정 유예됐다"고 밝혔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22일(현지시각) 상원 재무위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국가에 대해 관세 중단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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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언급된 관세 면제 대상국에는 한국 외에 유럽연합(EU),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 등이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에 앞서 지난 21일에는 "미국은 어떤 나라가 확실한 면제(firm exemptions)를 받을지 4월 말까지 논의를 끝내길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통상 당국은 아직 철강 관세 면제 결과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최종적으로 관세 면제를 받은 것이 아니고, 향후 한·미 FTA 개정 협상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철강 관세 부과 대상으로 다시 지목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시 면제라는 소정의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상황이 하루아침에 뒤바뀔 수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측과 협상을 벌였던 김현종 본부장 등 통상 당국 관계자들의 한국 귀국 시점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 본부장 등 통상교섭본부 협상단은 지난 13일 미국으로 떠난 뒤 2주 가까이 현지에 머무르며 미국측 설득 작업을 벌여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말 중 김 본부장을 비롯한 한국 협상단이 귀국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향후 한·미 FTA 개정 협상 일정 등을 정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국산 철강 관세 면제 여부는 한·미 FTA 개정 협상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개정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을 철강 관세 대상국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의사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철강 관세 부과 유예로 당장은 한숨 돌렸지만, 곧바로 미국과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미국은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분야 추가 개방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안전기준 미충족 차량에 대한 2만5000대 수입 쿼터 확대,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연장을 포함한 관세 양허 일정 조정, 원산지 기준 개정 등을 요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자동차는 작년 한국의 대(對)미 무역흑자(178억7000만 달러) 중 약 72.6%(129억6600만 달러)를 차지한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연구원 박사는 "한·미 FTA 개정 협상 자체가 미국이 한국을 공세하기 위해 시작된 만큼 한국은 '얻기 위한' 전략보다는 '막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한다"며 "철강 관세뿐만 아니라 개정 협상 결과도 '무엇을 얻었느냐'의 잣대가 아닌 '얼마나 방어했느냐'는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개정 협상 결과에 만족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철강 관세 유예라는 성과도 잃을 수 있어 한국측으로서도 매우 조심스러운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 이익이 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내줘야 하는 상황인 만큼 한국은 이해득실을 판단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