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서울시장 선거에선 '최고 35층 규제'가 표심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가 한강변 일반주거지역의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못박은 데 대해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며 쟁점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압구정 아파트지구 3~5구역은 최고 35층 규제에 집단으로 대응하기 위해 '압구정 재건축 통합협의회'를 구성했다. 통합협의회는 한강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강 스카이라인 계획 등 35층 규제에 대한 여론조사를 다음달 중순 진행하고, 반대 의견이 많으면 서울시장 공약에 이를 포함시키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통합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된 권문용 압구정 5구역 추진위원장은 "압구정뿐 아니라 상계동과 목동 등 다른 한강변 주민들의 의견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이 취임한 이후 서울시가 발표한 '2030 서울플랜'과 '한강변 관리기본계획'에 따르면 한강변을 비롯한 주거지역 공동주택 건물의 최고 층수는 35층으로 제한된다. 한강 조망권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균형 잡힌 스카이라인을 유도한다는 취지라고 시는 설명한다.
서울시가 심의 권한을 꽉 쥐고 있는 만큼 한동안 한강변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은 이 룰을 받아들여 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는 애초 45층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35층으로 몸을 낮췄고, 은마아파트 역시 주민투표를 거쳐 35층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 잠실역 인근이 광역중심 기능을 수행할 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44개 동 중 일부인 4개 동에 한해 그나마 50층으로 지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 사업 초창기인 압구정지구의 경우 상당수 주민들이 35층이 넘는 초고층 재건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아파트 상당수가 기존 용적률이 200%를 넘어 고층이 아니면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압구정동에서 가장 면적이 큰 압구정3구역은 평균 35층(최고 45층), 서울시 정책 변화 시 평균 45층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윤광언씨가 지난달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여기에 성동구 성수4지구 재개발 조합의 초고층 사업계획에도 서울시가 최근 제동을 걸면서 압구정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불씨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성수동 한강변 재개발 지역은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한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최고 50층까지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2011년 최고 50층 높이 개발을 허용하는 이 지역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해 고시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성수4지구 조합이 제출한 건축심의 신청에 대해 서울시가 관련 부서 협의 과정에서 "한강변 관리기본계획을 준수해야 한다"는 보완 의견을 내면서 이 일대 초고층 개발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서울시는 경관심의 등을 통해 최고 층수를 추가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흥수 성수4지구 조합장은 "2030 서울플랜과 한강변 관리기본계획 수립 때 서울시로부터 최고 50층 추진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두 번이나 받았고 현재 계획안이 교통영향평가도 통과해 문제가 전혀 없다"면서 "한강변 관리기본계획을 수용할 수 없으며, 조만간 서울시와 만나 의견을 좁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을 제외하면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거나 후보로 논의되는 이들 중 35층 규제에 대해 최근 뚜렷한 입장을 내놓은 후보는 없다. 그러나 해당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져 쟁점 중 하나로 확산되면 후보들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민들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얽혀있는 문제인 만큼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꼭 35층 규제가 아니더라도 안전진단 강화와 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시행되고 있는 여러 규제에 반발하는 주민들이 워낙 많아 함께 묶여 쟁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시내 아파트(158만9646가구) 중 준공 30년 이상이라 재건축을 진행 중이거나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는 28만6184가구로 약 18%를 차지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에 걸린 규제가 워낙 많은 터라, 35층 규제를 기폭제로 다른 규제에 대한 불만까지 더해지면 한강변뿐 아니라 강남·북 주민들 모두에게 해당될 수 있어 선거판을 움직일 만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