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타트업계에서 유니콘을 뛰어넘는 데카콘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데카콘(Decacorn)은 기업가치 100억달러(약 11조원) 이상을 평가받는 비상장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이다. 그동안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원)를 넘는 기업을 뿔이 달린 상상의 동물 유니콘(Unicorn)으로 불렀지만, 이제 유니콘보다 기업 가치가 10배 높은 거대 스타트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데카콘은 이미 차량 공유나 숙박, 사무실 공유, 전자상거래, 드론 등 신규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곳들이다. 데카콘들은 당장 투자자들에게는 1~2년 내 수조(兆)원 단위의 대규모 기업공개(IPO)를 할 최대어로 주목받고 있으며 IT(정보기술) 업계에선 구글·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기업의 뒤를 이를 기술 리더로 관심을 모은다.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현재 세계 데카콘 기업은 미국, 중국, 인도에서 16개 기업이 등장했다. 236개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 가운데 상위 7%의 기업만이 데카콘의 왕관을 쓴 것이다.

◇수십조 단위의 기업공개(IPO) 예정된 데카콘들

올해부터 데카콘 기업들의 기업공개가 속속 예정돼 있다. 파일 공유 업체 드롭박스(기업가치 100억달러·약 10조원)는 올해에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상장 예정 업체 중 하나다. 2007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드루 휴스턴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드롭박스는 온라인 저장 서비스로 전 세계 5억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1억명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했다. 드롭박스는 지난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신청서를 냈다. 세계 최대 기업가치 업체인 차량공유업체 우버(기업가치 680억달러·약 73조원)는 내년에 상장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293억달러·약 31조원)는 올 초 '연내 기업공개는 없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투자자들 사이에 최고의 잭팟(jackpot·거액의 상금, 대박)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데카콘들은 모두 1~2년 내 언제든 상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스마트폰업체 샤오미나 음식배달업체 메이퇀뎬핑, 핀테크(기술+금융)업체 루닷컴 등은 당장 중국 알리바바 못지않은 성장 잠재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빅데이터 분석 업체 플랜티르 테크놀로지(미국)나 사무공간 공유업체 위워크, 차량공유업체 리프트 등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자신의 분야에서 독과점 파워를 갖췄거나 최고의 기술을 인정받으며 흑자 궤도에 오르고 있다.

◇기술 패권 다투는 美·中, 데카콘도 양강 구도

전 세계 유니콘 기업 236개 가운데 절반 정도(116개)가 미국에 쏠려 있다. 중국 기업은 64개에 그친다. 유니콘 경쟁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는 형국이지만, 헤비급 기업끼리 진짜 싸움인 데카콘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데카콘 기업 16곳에서 미국 기업은 9곳, 중국 기업은 6곳이다. 미국·중국 양강 싸움판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나라는 인도뿐이다. 인도 전자상거래 업체 플립카트가 자국 시장을 장악하며 기업가치 116억달러(약 12조원)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구글·페이스북 시대만 해도 압도적인 미국의 공세에 중국 기업들은 자국 시장 수성에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데카콘 시대에는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중국의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은 지난해 영국 런던에 진출한 데 이어 남미시장 진출에도 성공해 이제 세계 시장에서 미국 우버와 경쟁할 만한 상대로 인정받고 있다. 뉴스 큐레이션 업체인 중국 터우탸오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콘텐츠 추천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터우탸오는 작년 4월 유니콘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1년도 안 돼 데카콘 기업으로 부상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드론제조업체 DJI는 전 세계 상업용 민간 드론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1위 업체다. 영국의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두뇌 역할을 하고 중국이 생산을 담당하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며 "디지털 패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