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적자를 내고 있는 실손의료보험 개편에 박차를 가하면서 중소형 손해보험주들이 10여년 만에 증권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수년간 끈질기게 괴롭혔던 실손의료담보의 수익성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그간 소외됐던 중소형 손보주가 힘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롯데손해보험을 분석한 증권사 리포트가 8년 만에 처음 나왔다. 롯데손보 리포트가 나온 것은 지난 2010년이 마지막이었다. 롯데손보는 최근 20년간 기업 리포트가 나온 적이 3번에 불과할 정도로 비교적 인기 없는 주식이다.

같은 날 흥국화재에 대한 리포트도 나왔는데, 흥국화재 리포트는 2006년 이후 2번째로 나온 리포트였다. 2006년 이후 처음 나온 리포트가 지난해 말 하나금융투자의 오진원 연구원이 작성한 리포트였다.

롯데손해보험과 흥국화재는 자산 규모 기준으로 손보업계 하위권인 회사들이다. 상위권 손보사들에 비해 하위 손보사들에는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었다. 증권사들도 종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크지 않다보니 이들을 분석하는 리포트를 거의 내놓지 않던 상황이다. 
 

리포트 절벽 현상이 일어난 데는 이들이 하위권 기업이란 이유도 있지만, 그동안 중소형 손보주가 ‘실손의료보험’이라는 지병을 앓고 있어 투자 매력이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손의료보험은 실제로 쓴 의료비(비급여 의료비 등)를 돌려주는 보험으로 지난해 가입자가 3300만명에 달하는 ‘국민 보험’이다. 과잉진료와 보험사기 여부를 걸러내기 쉽지 않은 실손의료보험은 보험사의 수익성을 악화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4월 단일 보장 상품구조를 그간 손해율이 높았던 치료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하는 구조로 실손의료보험을 개편하고, 특약은 보장대상의료비 중 가입자가 부담하는 금액의 비율을 20%에서 30%로 조정했다. 여기에 올해 4월부터는 실손의료보험만을 단독으로 보장하는 상품의 판매가 보험회사에 의무화된다. 그간 실손의료담보는 사망보장 등 주계약에 특약으로 끼워팔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위권 손보사들은 거둬들이는 보험료에서 실손의료담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위 손보사들에 비해 높아 장기보험의 수익성이 떨어져 있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과 흥국화재가 거두는 위험보험료 가운데 실손의료담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2%, 37.9%다. 대형 손보사인 삼성화재(000810)(32.3%), DB손해보험(37%), 현대해상(001450)(31%) 등에 비해 실손의료담보의 비중이 크다.

중소형 손보사들도 이익이 세자리수 증가세를 보이는 등 개선 추세를 탄 상황이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82.17%, 156.92% 늘었다. 흥국화재도 같은 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582.6%, 170.8% 증가했다.

성용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낮아져 장기보험의 손해율이 개선됐는데, 이 영향이 강하게 작용하는 종목은 흥국화재”라면서 “흥국화재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의 개선으로 인한 수익 증가율이 가장 눈에 띌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소형 손보사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위권 보험회사들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흥국화재의 RBC비율은 지난해 기준 163.81%, 롯데손보는 159.1%로 업계 최하위권이다. 300%대를 유지하는 업계 1위 삼성화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하위권 보험사들도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우려는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새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라는 정부의 홍보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해 장기보험 손해율 개선이 얼마나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