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복인 케이티앤지(KT&G) 사장의 연임이 16일 대전 KT&G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확정됐다. 이로써 백 사장은 2021년까지 KT&G를 이끌게 됐다. 백 사장 연임에 반대하고 사외이사 증원을 요구했던 2대 주주 IBK기업은행 측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1억2626만5127주의 73.8%인 9328만7928주가 출석했다. ▲2017년 재무제표 승인▲사장 선임▲사내이사 선임▲사외이사 증원 여부▲사외이사 선임▲이사 보수한도 등 총 6개의 안건이 상정돼 지리한 ‘표대결’이 예상됐지만 대부분 안건이 대리인 위임장만으로 통과·부결돼 40여분만에 종료됐다.

백복인 KT&G 사장.

관심을 모았던 백 사장 연임은 출석 주주 76.26%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백 사장은 지난 2월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재선임됐지만 2대주주인 기업은행(6.93%)이 ‘셀프 연임’을 지적하며 연임에 반대해왔다. 기업은행 측은 백 사장이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분식회계 의혹으로 금감원 조사를 받고 있어 연임이 부적절하는 입장을 보였다. 또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한 사외이사 증원을 요구했다. 이에 KT&G는 최대주주가 정부(55.8%)인 기업은행이 ‘관치’를 시도하고 있다고 반발해왔다.

시장의 관심은 KT&G 총 지분 53.18%를 보유한 외국계 투자자의 입장에 쏠렸다. 하지만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백 사장 연임에 찬성할 것을 권고한 반면, 글로벌 자문사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는 연임 반대를 권해 의결권 자문사도 의견이 갈려 백 사장 연임 성사에 대한 의문부호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5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9.09%)이 의결권 행사에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밝히자 백 사장 연임 가능성에 급격히 무게가 쏠렸다.

시장 관계자들은 대다수 외국계 주주가 백 사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날 주총에선 기업은행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증원 또한 별도 표결 없이 대리인 위임장만으로 부결됐다. 신규 사외이사로도 KT&G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백종수 전 부산검찰청 검사장(58)이 선임됐다. 배경에는 KT&G의 높은 배당성향이 있다. 2015년 백 사장 취임 당시 KT&G의 배당금은 주당 3400원이었지만 매년 상승해 올해는 4000원으로 늘었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서치길 IBK기업은행 전략기획부장은 “성사 여부를 떠나 KT&G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을 희망하는 마음으로 주주제안을 했다”며 “앞으로 주주들의 의견에 더 귀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이날 백 사장은 주주총회에 입장하며 연임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옅게 미소를 띄우고 “수고가 많다”고 답했다. 연임을 확신한 듯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백 사장은 주총 종료 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성장 중심의 공격적인 해외사업 확대 전략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홍삼과 제약, 화장품, 부동산 사업 공고화로 균형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