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 뿐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도 심사 대상"

금융위원회가 15일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자격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국내 금융사 지배구조가 후진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내년 하반기 중 이 방안이 시행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기존 최다출자자 1인에서 최대주주 전체(최다출자자 1인과 특수관계인인 주주 포함)와 그 밖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대주주까지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삼성과 롯데 등 대기업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삼성생명(032830)의 경우 최대주주 1인에 더해 특수관계인 주주가 대주주적격성 심사 대상으로 포함된다. 이건희 삼성 회장에 더불어 이재용 삼성 부회장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조선DB

◇ 금융사 CEO '셀프연임' 막는다

금융위는 금융사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부적절한 경영으로 국민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00년 1월 준법감시인 및 내부통제기준 도입과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도입에 이어 2010년 1월 사외이사 모범규준 및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2014년 11월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모범규준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2016년 8월에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다.

그러나 여러 차례에 걸친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의 실제 지배구조 운영은 여전히 주주와 금융소비자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금융위는 지적했다.

실제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금융사 지배구조 실태점검에서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금감원이 적발한 사례는 △CEO의 사외이사 선임과정 참여(임원후보추천위 위원) △이사회의 구성 및 역할 미흡 △사외이사 선임 및 평가절차의 투명성 부족 등이다.

특히 금감원이 9개 금융지주사 감사위원(총 30명)의 여타 위원회 겸직 현황을 확인해 보니 이사와 경영진의 업무를 감독하는 감사위원회 위원이 업무 의사 결정‧집행을 담당하는 위험관리위원회 위원 등 평균 2.6개 위원을 겸직하고 있어 독립적인 감사기능 수행에 한계가 있었다. 금융지주사들은 사외이사에게 경영정보 등을 분기당 약 1회 제공하고 있으나 경영전략, 위험관리 등 중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는 제한적으로 제공했다. 아울러 상당수 금융지주사가 사외이사 후보군 추천 시 주주 및 외부전문기관을 활용하지 않거나, 활용하더라도 비중 미미 등 추천경로의 다양성이 부족했다. 사외이사 후보 선출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CEO가 대부분 참여하는 등 절차의 투명성도 부족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 첫번째)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감원, 금융연구원, 기업지배구조원, 금융협회 및 학계·전문가들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고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이건희 회장 뿐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도 대주주적격성 심사 대상"

이번 방안의 핵심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자격에 대한 정부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기존 최다출자자 1인에서 최대주주 전체(최다출자자 1인과 특수관계인인 주주 포함)와 그 밖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대주주까지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삼성과 롯데 등 대기업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의 경우 최대주주인 이건희 삼성 회장 뿐 아니라 특수관계인이자 회사에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재용 부회장도 2년마다 진행되는 대주주적격성 심사 대상이 된다. 김태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브리핑에서 "이건희 회장은 물론 이재용 부회장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밝혔다.

다만 심사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심사요건상 결격 사유가 없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금융위는 금융 관련 법령,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현행 심사요건을 확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도 포함하기로 했다.

◇ "현직 CEO 소급적용은 없어"

금융위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올해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하고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은 3분기 중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개정 후 실제 감독규정은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번 방안은 소급입법 금지원칙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법 시행 이후 발생한 행위에 대한 확정 판결이 있을 때에만 이 규정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5~2017년 발생한 채용비리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당장은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