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통상 압박 등 통상 현안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향을 설명하던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이번주 내에 진행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양국이 한·미 FTA 3차 개정 협상 일정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터라 이번주에 3차 개정 협상이 시작된다는 말은 새로운 사실이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 부총리의 말을 곧바로 속보 기사로 내보냈다.

기자들은 관련 사실을 재확인하기 위해 통상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분주하게 연락했다. 그런데 한·미 FTA 개정 협상에 참여하는 산업부 통상본부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현재 일정을 협의 중이나 국내외 현안들이 많아 늦어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산업부 대변인실도 협상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의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30분이 지난 뒤 기재부도 말을 바꿨다. 기재부는 "한·미 FTA 3차 개정 협상 개최 관련 한미 간 협의가 진행 중이며 현재 별도의 협상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공지했다. 김 부총리의 발언이 잘못됐다고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하루만에 산업부와 기재부가 거짓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부는 14일 오전 한·미 FTA 3차 개정 협상이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다는 보도참고 자료를 배포했다. 산업부는 "미국측이 오늘 갑자기 개정 협상 날짜를 제안했다"고 밝혔지만 믿기 어려운 해명이다.

국가간 협상이 진행될 때 일정 등 정보는 상대국과 논의해 양국이 동시에 발표하는 게 관례다. 만약 한쪽이 이 룰을 어기면 상대편이 꼬투리를 잡을 수 있고 이런 게 쌓이다보면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정부 정책의 최우선 덕목은 신뢰다. 정책 결정을 좌우하는 최고위 관료의 발언일수록 정제돼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정부의 입장이 하루 아침에 180도 바뀐다면 정부 정책의 신뢰도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씁쓸한 이번 일이 남긴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