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경기 이천 모가면 시몬스 본사. 통로를 지나 검은 철제문을 열자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있는 시몬스 수면연구 R&D(연구개발)센터가 나타났다. 원형 계단을 중심으로 1, 2층 4655㎡(약 1408평) 공간에는 다양한 테스트 기기가 비치된 실험실들이 쇼룸처럼 벽면을 둘러싸고 있었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은은한 화이트 노이즈(숙면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소음)는 전시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더했다.

시몬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침대 회사인 미국 시몬스의 제조 기술을 도입해 1992년 설립한 토종 침대 업체다. 시작은 미국 기술이었지만, 이듬해인 1993년부터 모든 제품을 자체 기술로 생산하고 있다. 볼링공 낙하 실험 광고로 잘 알려진 포켓스프링(독립형 스프링) 분야에서 미국 시몬스보다 기술력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최초 매트리스 실험용 마네킹

지난해 하반기 200억원을 들여 확장을 마친 수면연구 R&D센터는 41개 시험기기로 모두 250여 가지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 침대 연구소다.

시몬스 R&D센터에는 전 세계 침대기업 중에서 최초로 도입한 검사 장비들이 많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인공기후실에 있는 실험용 마네킹. 인공기후실은 온도 0~45도, 습도 30~80%로 설정해 놓은 침실 환경에서 매트리스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곳이다.

지난달 21일 시몬스 수면연구R&D(연구개발)센터에서 연구원들이 매트리스 진동 테스트를 하고 있다. 옆 사람의 뒤척임이 인체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측정하는 실험이다. 롤러가 움직이면서 전달되는 진동의 주파수를 마네킹 아래에 있는 센서로 측정한다.

시몬스는 지난해 R&D센터 확장에 맞춰 실험용 마네킹 전문 업체인 미국 서메트릭스(Thermetrics)와 함께 매트리스 실험 전용 마네킹을 제작했다. 마네킹 가격만 3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현자 R&D 센터장은 "마네킹 몸통을 33조각으로 나누고 부위마다 센서를 달아 각종 환경에서 느끼는 쾌적한 정도, 추위·더위 등의 데이터를 측정한다"고 말했다.

매트리스 원단의 훼손, 스프링 꺼짐 등을 측정하는 내구성 테스트도 미국 ASTM(미국재료협회) 기준과 국내 KS(한국산업표준) 기준 모두에 맞춰 측정하고 있었다. 미국 기준에 맞춘 2층 시험실에서는 109㎏부터 최대 140㎏까지 나가는 육각 원통형 롤러가 분당 15회 속도로 매트리스를 누르고 있었고, 1층에서는 100㎏ 철제 원통이 매트리스 한 부분을 분당 160회 속도로 두드리고 있었다. 각각 10만 회, 8만 회씩 테스트한다. 김성준 브랜드전략사업부 이사는 "두 방식을 모두 테스트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며 "전 세계 어느 제품과 맞붙어도 품질에서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이 직접 실험에 참여하는 수면상태 분석실과 감성평가실도 다른 업체에는 없는 공간이다. 녹음실처럼 방음 장치가 된 분석실은 약 한 달간 일반인이 잠을 자는 상태에서 뇌파를 측정해 수면 질(質)을 분석하는 공간이다. 매트리스 경도에 따라 3개 제품을 동시에 테스트할 수 있는 감성평가실은 신제품 출시 직전 거쳐야 하는 곳이다. 일반인 200여 명이 직접 누워본 다음 느낀 점을 조사하고, 침대 바닥에 깔린 센서 매트는 사용자들이 누웠을 때 압력 정보를 수집한다. 이현자 센터장은 "실험실 단계의 수치와 사람이 직접 자면서 느끼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자릿수 성장세··· 지난해 매출 1800억 추정

업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는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매출은 2015년 1418억원, 2016년 1542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800억원을 웃돈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6년 하반기 내놓은 최상위 제품 '뷰티레스트 블랙'에서만 작년 15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올해는 매출 2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현자 센터장은 "새로 도입한 실험용 마네킹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난 2월 최고급 제품군(群)에 공기가 잘 통하는 내장재 소재를 추가했다"며 "세계 최고 연구 시설을 바탕으로 어떤 가혹한 환경에서도 제 기능을 하는 침대를 내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