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의혹을 받던 최흥식(사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9일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지 사흘만이며 지난해 9월 취임한지 6개월만이다.

최 원장은 이날 오후 3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본인과 연루된 채용비리 의혹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지난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친구 아들을 하나은행 채용 과정에서 추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었다. 최 원장 사의 표명으로 유광열 수석부원장이 당분간 금감원장 직무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만 해도 자신에 쏟아진 의혹에 대해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최원장은 금감원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일을 통해 “본인은 하나금융과 관련한 채용비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김우찬 감사를 중심으로 특별감사단을 구성해 본인을 포함해 하나금융지주 관련 채용비리 의혹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후들어 상황이 반전됐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최 원장이 오전까지 채용비리에 자신하는 태도를 보이다가 오후에 갑자기 사의를 표명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금감원 임원단에 사의 표명 사실을 밝힐 때에도 “채용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의 사의 배경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자신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 원장이 채용을 결정하는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지인의 아들을 추천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여론이 비등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문재인 대통령은 최흥식 금감원장을 경질하라'는 글이 게재됐다. 청원자는 청원개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최흥식 금감원장을 경질하라"며 “금융감독원장으로서 지도력과 도덕성에 흠이 많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공기관 및 일부 금융사 등에서 불거진 채용비리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며 관련자들의 직위를 해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브리핑을 통해 “최 원장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을 관련 수석실에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의 사의 표명에도 금감원과 하나금융간 갈등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싸고 하나금융과 대립해왔다. 금융권에선 최 원장의 채용 청탁 의혹이 5년 전인 2013년의 일이고, 갑자기 제보를 통해 언론에 드러난 것과 관련해 최 원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하나금융 내부에서 흘렸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최 원장은 2012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지냈다.

금감원은 최 원장 사의 표명과 별도로 하나금융지주 채용비리에 대한 특별검사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채용비리를 다시 한번 정밀하게 파헤치겠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자신을 향해 불거진 의혹에 대해 결국 책임진 것인데, 금감원과 하나금융의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이 확정될 주주총회는 이달 23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