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비리 의혹을 받던 최흥식(사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9일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지 사흘만이며 지난해 9월 취임한지 6개월만이다.

최 원장은 이날 오후 3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사의를 표명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최 원장이 오전까지만 해도 본인의 결백을 자신하며 특별검사단까지 꾸리기로 했었지만 오후에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고등학교 동창 아들의 하나은행 취업을 도와준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외부에서 채용과 관련한 연락이 와서 단순히 이를 전달했을 뿐 채용 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12일에는 금감원 직원들에게 내부 메일을 통해 “본인은 하나금융과 관련한 채용비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금감원 신임 감사로 구성된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본인을 포함한 하나금융지주 전반의 채용비리를 엄정히 조사하겠다"고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오전까지 강경한 입장을 보인 최 원장이 갑자기 사의를 표명한 데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공공기관 및 일부 금융사 등에서 불거진 채용비리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며 관련 자들의 직위를 해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최 원장의 사의표명으로 당분간 수장 공백사태를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취임 6개월 만에 사상 초유의 금감원장 공백 사태가 벌어졌다"며 "당분간 수석부원장을 중심으로 원장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