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조성된 화해 분위기가 주식시장의 투자심리를 부추긴 하루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증시에 '철강 관세 부과' 악재와 '북미 정상회담' 호재를 동시에 던졌다. 외국인과 기관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더 주목하며 쌍끌이 매수에 나섰다.
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08%(26.37포인트) 상승한 2459.45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1.39%(11.86포인트) 오른 865.80에 마감했다. 두 지수 모두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 관세 악재 이긴 정상회담 훈풍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 철강·금속 업종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41% 떨어졌다. POSCO,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460860)등 관련주 주가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악재에도 시장 전체적으로는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누그러지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현지시각)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5월 안에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최근 김 위원장이 조속한 만남을 요청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응한 것이다.
앞서 북한은 4월 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와 합의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건 2007년 이후 11년 만이다. 정치적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자 증시 분위기도 살아났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960억원, 2922억원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부추겼다. 외인·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도 각각 778억원, 1029억원 순매수했다. 반대로 개인은 양쪽 시장에서 각각 4903억원, 1748억원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집중했다.
업종별(코스피)로는 건설과 증권이 4%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통, 음식료품, 기계, 화학, 전기가스, 운수창고, 서비스, 통신, 전기·전자 등도 대부분 전날 대비 오름세를 나타냈다. 반면 그간 상승폭이 컸던 의약품과 은행 업종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며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LG화학(051910)이 5% 이상의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삼성전자(005930), 현대모비스(012330), SK(034730), 한국전력(015760)등도 투자자들을 기쁘게 했다. 이날 코스피200에 편입된 셀트리온(068270)은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7.91% 추락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바이로메드, 메디톡스(086900), CJ E&M, 펄어비스, 휴젤(145020), 컴투스(078340)등이 3~4%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신라젠(215600), 셀트리온제약(068760), 포스코켐텍등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 코스피 다시 날아오를까…"美 고용지표부터 주시"
증권업계는 지난 1월 말 2600 근처까지 갔다가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조정을 받아온 코스피지수가 다시 2500선을 뚫고 비상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코리아 기준 8.7배로, MSCI 신흥시장(12.4배)에 비해 30%가량 할인된 상태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구글 트렌드로 분석한 2011~2017년 북한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매우 유사한 추이를 보인다"며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이 전세계의 이슈가 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함께 움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 증시 참여자 입장에서는 저평가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볼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9일(현지시각) 발표되는 미국 고용지표 결과에 따라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이 결정될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심리가 더 확대되지 않는다면 2500선 돌파 시도는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